생각 / 피할 수 없다면

마을이장 2016.02.19 23:56 조회 수 : 1486

 

 

화개, 달의 부엌.

월인정원의 작업장 또는 큰 부엌.

 

 


 

2015년 10월 3일 아침, 달의 부엌. 그때 끄적거린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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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료되지는 않았다. 후드 설치와 밀폐형 창문 세 개를 부수고 환기를 위한

창호로 교체하면 물리적인 공사는 대략 끝이 날 것이다. 60일이 지났다. 공사 시작한지.

지친다. 이미. 살 빠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요즘이다.

제빵교육 중심의 공간이지만 요리, 커핑, 맥주, 차, 햄, 효소… 따위에 ‘수제’라는

수식이 붙는 행위와 교육이 진행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정은 없다.

여기에 인문학적 장치와 소규모 공연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나 현재로서는

나의 추가적 에너지를 장담하기 힘들다. 운영에의 압박 등은 일단 유보할 것이다.

하루하루만 생각한다. 이번 공사가 그러했듯.

공간의 이미지가 발생시킬 여러 가지 현상과 말들이 귀찮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유보중이라고 보면 적절하거나 타당하다. 일단은 빨리 좀 쉬고 싶고 그런 이후로

이 공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작업장 또는 부엌을 만드는 일이 이번 공사의 중심 구상이었고 그리 했다.

필요를 배치하는 것을 우선하면 꾸미지 않아도 꾸며진다.

내부 시설과 하나하나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공간 전용의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나면 자세하게 올릴 생각이다. 다만,

무얼까?와 연곡분교 사람들, 구례 개리가 없었다면 이 공간을 완성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의 물심양면의 도움이 있었지만 아마도 앞으로도 소문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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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 내용 중 붉은 색 부분, 즉

<여기에 인문학적 장치와 소규모 공연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나 현재로서는

나의 추가적 에너지를 장담하기 힘들다. 운영에의 압박 등은 일단 유보할 것이다.>

라는 대목은 당시 예상 그대로, 또는 예상할 수 있는 나의 당시 상태와 에너지 고갈 정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였었다.

 

 

 

 

 


 

일이란 것이 생각대로 풀리진 않는다. 더구나 내 생각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더더욱.

그리고 이후로 1개월 정도 더 느린 작업이 진행되었고 겨우 화개 공간은 모습을 확정했다.

그리고 공간은 바로 워크샵과 행사, 대규모 미팅 등으로 약간 정신없이 굴러갔고 나는 한 밤중에

납치되어 어느 이름 모를 바다 위에 떠 있는 새우잡이 배에 갇힌 중년 남자의 몰골과 정신상태로

2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갈 날, 아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곤 했다. 나는 화개 사람이 아니다. 구례 사람이다. 오미동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오미동 작업장 딱 방 하나만 정리를 했다.

화개로 거의 모든 짐이 빠져 나가고 내가 원하는 상태의 방 모습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아무 것도 없는 공간.

다시 그리고… 오미동 작업장을 완전히 재정리하고 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대청소 하고 나무 장만하고… 습관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난 1월 1일부터였다.

화개는 겨울방학에 들어간 시기였다. 나의 슬로건은 하나였다.

나는 오미동에 있을 것이다.

나는 오미동에 있을 것이다.

나는 오미동에 있을 것이다.

 

 

 

 


 

2016년 2월 19일 해질 무렵.

화개에 앉아서 하루 몇 팀의 손님을 치루고 소진한 상태로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 온

이 공간의 시즌 오픈을 멍하게, 약간은 망연자실하게 구상하고 있었다.

두 끼의 밥을 해야 하는데 나는 심지어 메뉴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학은 끝이 났고 다시 화개와 오미동을 오가는 일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나의 현실이다.

그리고 대략 1주일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일은 전개되었다.

화개 공간의 2층은 비어 있는 상태였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러했다고 한다.

지난 11월부터 그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는 제안이 있었고 완곡하게 거절해 왔다.

“직영하시라. 도울 일 있다면 돕겠다.”

도울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심을 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제법 도울 일’이 생겨버렸다.

숨길 수 없이… 젠장. -,.-

왜 일은 나를 비켜가지 않는 것일까.

3월 셋째 주까지 다시 마흔 평 정도의 공간을 인테리어 하고 공간을 오픈시켜야 한다.

쉽게 말해서 한 달 남았다. 네이밍, CIP, 공사 관여, 벚꽃 시즌 준비, 1년 프로그램 마련…

그 공간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과 이야기로 북적거리게 만드는 일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도움을 주어야 한다’, 피동적인 표현이다. 능동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나의 일상은 다시

완전히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간명하게 나는… 살아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지난 몇 개월 만지작거리던 패를 조금 전부터 확정하고 다듬었다.

 

 

 

 

 


 

새롭게 마련될 공간에서는 밥상을 중심으로 몇 가지 캐릭터를 가진 사람 또는 생각들을 조직할 것이다.

나의 재산권이 아니니 이윤은 나의 책임이 아니다. 나는 단지 다시 즐거워질 궁리를 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이르면 다음 주 중반 무렵부터 <낫짱의 부엌> 참가자 모집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화개 공간 반지층 작업에 징발되어 피를 본 인력들은 빠른 시간 안에 구례를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목공, 금속, 목재, 부역 담당 모두 해당이다.

피하지 않으면 조만간 나의 전화가 갈 것이다. 실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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