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 마을 어버이날과 못자리 품앗이

마을이장 2008.05.12 20:49 조회 수 : 8137 추천:279



2008년 5월 8일 어버이날.
하루 전부터 '내일은 마을에서 밥먹어.' 라는 소리를 들었다.

"왜요?"
"어버이날인께."









새벽장에서 사 온 돼지고기를 지정댁이 마을 정자 앞에서 삶고 있다.
오늘 지정댁은 돼지수육 담당인 모양이다.
('지정댁'은 '지천댁'의 실제 택호다. 이제 실명을 숨기기 위해 사용했던
지천댁이라는 가명을 버리고 '지정댁'이라는 실명을 사용한다.)
당신 스스로 손자까지 둔 어버이지만 시골에서 이런 마을 공동행사를 위한
일손과 그 밥상을 받을 사람은 거의 동일하다.
녹차잎을 넣고 삶는 돼지고기.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녹차를 재배한다.
녹차에 대한 여론이 별로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녹차잎 파는 일이 녹록지 않다.

"언능 와. 고기 다 되얐구만."
"예, 사진 좀 찍구요. 엄니들은 회관에 있어요?"









정자를 힐긋 보고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여자들은 모두 마을회관에 모여 있다. 다른 때 마을모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대구댁이 겉절이를 버무리다가 아는 채를 한다. 대구댁이 항상 겉절이를 만들었던 것 같다.

"삼촌 맛 좀 바바이."

태생적 경북 억양과 후천적 전라도 억양이 믹스된 묘한 느낌의 대구댁 억양.
한바퀴 휘 둘러 본다. 대략들 아는 얼굴들. 미소로 인사를 대신한다. 그리고 셔터를 누른다.
이제 '사진은 왜 찍어!' 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대신 '그 녀석 또 왔군.' 이라는 표정이다.
먹는 날이면 카메라 들고 오는 그 녀석.









남자들은 대부분 마을 정자에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오십대 젊은 남자들은 바닥을 청소하거나 곧 시작될 음식 나르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장님이 보이지 않는다. 횟감 장만하러 읍내로 나갔다고 한다.
정자에 앉은 노인들은 지나가는 공사 차량 운전자들에게도 빠짐없이
잠시 후의 마을 모임에 참석하라는 소리를 하고 계시다.

"와서 괴기들 먹고 일혀!"

지난 가을에 시작했던 마을 오폐수관 공사의 예정된 공기는 이미 지났지만
막상 실제 일은 쉽게 끝이 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골목 안의 집들부터 연결해서
나와야 하는데 못자리 시기가 되었는데도 골목 안으로 포크레인이 진입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애궂은 흙먼지 죽인다고 물차만 왔다갔다 하는 중이다.
지정댁 등은 돼지고기를 건져낸 모양이다. 식히고 썰면 되는 듯 한 분위기다.
대략 경험상 이런 정도면 30분 후면 파뤼~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을에서 천연기념물에 해당하는아이들도 마을의 들뜬 분위기를 감지한다.
아침에 할머니 할아버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날 가슴에 카네이션을 훈장처럼 달고 있는 노인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늘은 좀 흐렸고 바람은 잠잠했다. 밖에서 먹고 놀기 적당한 날씨다.









운조루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 사이에 꽃은 다시 바뀌었다.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서 꽃이 바뀌는 것인지
순서를 달리하면 꽃들이 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이 피어야 그 나무의 존재를 인식하니 초록은 동색인 모양이다.
이름 모를 토종과 서양종 꽃들이 화단을 장식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집들은 대문을 열어두고 있다. 사람들은 회관과 정자로 나갔다.
당신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고 지나치게 방심하는 것은 좋지않다.
누군가는 당신이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지켜보고 있다.
방문객의 눈에 주민은 보이지 않지만 사는 사람들 눈에는 항상 방문객이 보인다.
그것이 시골이다.









이런 장면에서는 칼자루 쥔 사람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이 좋다.
맛 좋은 부위를 도마 옆에서 얻어 먹을 수 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지정댁이 칼자루를 잡았으니 특혜를 받을 만도 하지만
사진 찍으랴 음식 운반하랴 나도 나름으로 바쁘다.

"엄니 내장은 없소?"

아니 왜 대답이 없는 것인가!
글고 그 아래 위로 꽃가라 패션은 뭐요? 엄니는 카네이션도 필요없겠네요.

"염병하고 자빠졌네. 아, 호랭이 물가것네!"









이장님과 곡전재 형님이 읍내에서 회를 장만해서 막 들어선다.
봄숭어, 병어, 오징어회다. 양이 짐작했던 것 보다 넉넉하다.

"하이고 이게 얼만어치요?"
"00만원."
"엥! 뭐가 그리 싸요?"
"어버이날에 마을 어르신들한테 선물한다고 구라 좀 쳤제.
여수서 올라 온 놈인디 미리 말 안혔다고 타박을 하더만. 장만한다고 애 먹었어."

대략 15접시 정도의 회가 차려졌다.
어찌되었건 반갑다 회야! 지리산 자락에서 너 보기가 쉽지 않구나!
조금만 기다려라, 사진 찍고 양껏 사랑해 주마.
회 구경하기 싶지 않은 지리산 자락에 등장한 봄 숭어에 갑자기 돼지고기는
잠시 홀대받는 분위기다.









공사하던 분들까지 모두 불렀다.
맥주와 소주 한 박스를 들고 와서 참석했다.
같이 자리하면서 공사가 왜 늦어지는지 설명을 하기도 하고 질문도 받는다.
자연스러운 대화다. 이런 것이 좋다. 신뢰를 쌓는다.
문제도 있다. 서로에 대한 냉정한 비판의식은 점점 희박해진다.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마을 주민들은 알고 있다.
오폐수관 공사 설계에서부터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설계도를 변경할 수 있는 과단성을 지자체에게도 시공업체에도,
뻔히 도급을 받았을 작은 업체에도 기대할 수는 없다. 그것이 시골이다.
회접시가 비워지고 소주잔이 몇 순배 돌고 속도는 느리지만 손은 다시 잠시
물려두었던 돼지고기를 잡고 있다. 갈비쪽을 들고 뜯는 중에도 덕담이 흔하다.

"뼈보다 고기가 너무나 많구만."
"거시기... 수육은 막 삶아서 요로코롬 소금에 쿡 찍어 먹는거이 젤루 맛있당께."

상차림에 수고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이런 방식의 언어로 전달되었다.









음식과 술을 먹을 만큼 먹은 후 이날 모임의 취지에 대해서 곡전재 형님이 인사 형식으로
어르신들께 보고를 드린다.

"자주 모셔야는데 죄송합니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잘 하것습니다."

오래 된 마을에서 각 집안마다 암묵적인 역할이 있는 듯 하다.
현손들은 자신의 그 역할을 마다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고향을 떠나지 않은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이장님과 개발위원들, 암묵적으로 역할이 지워지는 사람들은 읍내에 거주하고 있더라도
때가 되면 마을회관에 모여 일의 진행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는 듯 하다.
이 모든 집행은 지자체나 각 국가기관에서 지원하거나 동재洞財에서 지출하거나 추렴한다.
하루 전 날 오늘 행사를 알리러 온 운조루 형님께, '빈 손으로 가기 그런 날인데요?' 라고
여쭈어보니 '마을에서 내는 것이여.'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선생님이 오늘 행사의 개최 이유에 대해 설명하시고 계시다.
오늘에서야 알았다. 칠순이시라니...
어버이날도 어버이날이지만 마을 정자 옆으로 마을 입구에 해당하는 구역에 대해
조경작업 중이다. 왜 조경작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신다.









위 사진은 2007년 가을이다.
정자 계단의 저 붉은 스프레이 '주차금지'가 참 보기 흉했었다.
최선생님은 뜻밖에 '주차금지'에서부터 말씀을 풀어나갔다.

"다른 말(마을) 사람들이 뻘건색으로 주차금지라고 쓰진걸 보고 흉하다고 해쌉디다.
그래 아 이사람아, 정자 앞으로 관광버스다 뭐다 매연을 뿜어대니 어느날 화가나서
말 사람들이 그냥 그리 갈겨버렸는디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찾아 오는 사람들 행태가
참 야속하기도 한거이 있네."

마을 정자를 중심으로 새 단장을 하고 '주차금지'를 지워 낸 상징적인 마을공사의 목적은
이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좀 더 기분 좋은 휴식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공사였다는 말씀이다.
이제 외부인이 찾아와서 휴식을 취하고 간식이라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어차피 사는 사람이나 방문하는 사람이나 질서 좀 지키고 기분 좋게 살자는 말씀이다.
이장님이 옆에서 마감을 하신다.

"저는 박수나 한번 쳐불랍니다."









이렇듯 마을 정자 옆으로 수백평의 소나무밭을 조성하고 있다.
가운데 줄로 한 줄 더 심어질 것이고 잔디가 심어질 것이다.
조경이 완료되고 나면 방문자들은 나무 그늘 아래 잔디밭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기념하고 어버이날을 통해 어르신들께 보고를 드리기 위한 것이 오늘 마을 모임의 목적이다.
여름 시즌 전에 조경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소나무는 운조루에서 '낸' 것인데 운조루 뒷켠의 동산에서 간벌한 것이다.
나무가 너무 빽빽해서 간벌을 해 내어야 할 지경이었으니 나무를 옮기는 작업은 큰 문제는 없었다.









이런 대운하에 필적하는 국책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 중인데
여성동지들은 도마의 고기를 이미 마감해 가는 국면이었고
'그래봤자 우리 없는 당신들은 쭉정이여!'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실제 농사 일의 팔할이 여자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젊은 남자 한두명이 기계를 이용해서 큰 모양을 완료하면 일년 동안 그것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여자들 몫이다. 많이 드씨요이잉!









노래 소리가 들리길래 마을회관으로 카메라를 들고 이동했다.
금강댁이 한 가락 뽑는 중이다. '사진 안되야!' 라고 거부했지만 손가락에 걸친 마이크 선의
자태로 보아하니 언젠가 들었던 금강댁의 노래 솜씨에 관한 풍문이 사실이었더라.

"삼촌도 한자리 혀."
"음... RATM이 몇 번이죠?"









이날은 음식도 술도 길게 갈 분위기였다. 부른 배를 추스리고 먼저 일어섰다.
지정댁 마당의 앵두가 익어간다.
지리산닷컴이 이곳에 자리한지 1년이 되어간다는 소리가 아닌가.
벌써 그리되었는가...









2008년 5월 10일 아침.
아침 일찍 서울로 출발하는 손님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사무실 옆 이장댁 마당이 분주하다. 담 위로 얼굴만 내밀고 염탐을 한다.

"사진 안찍남?"
"뭣 하는데요?"
"이모작."
"이모작?"
"아, 못자리 옮긴다고!"

7~8인의 주민들이 품앗이를 하고 있었다.
4월 말 경에 마당에서 보온해서 못자리로 나간 것이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늦게 나가는 모를 이모작이라고 불렀다. 내가 알고 있는 이모작과 다르기에 질문을 하였지만
정확한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 이모작이 이모작이지 뭔 뜻이 있어!'
10여일 간격인데 날씨가 따뜻해서 이번에는 마당에서 바로 모판 작업을 하고 논으로 운반하는 모양이다.
대략 세 가구 정도의 논으로 배분되는 듯 했고 품앗이에 동원된 집은 다섯 집 정도로 보였다.
지난번 못자리 작업은 촬영을 하지 못했다. 물론 몰랐기 때문이다. 알아도 이른 아침에 마을에
당도해야 촬영이 가능하다. 뜻하지 않게 이른 출근을 한 탓에 오늘은 촬영이 가능할 듯 했다.
그리고 이제 세상에나 찍어달라고 하지 않나.
우리들 밥상에 쌀이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금년에는 기록할 수 있을 듯 하다.









작업은 컨베이어벨트시스템으로 진행되었다.
1. 모판을 집어 넣고
2. 흙을 담고
3. 볍씨를 뿌리고
4. 물을 뿌리고
5. 다시 흙을 뿌리는 과정이 모두 기계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과정별로 인원이 배치되었다. 트럭으로 바로 옮겨 차곡차곡 쌓는다.
이 과정을 모두 손으로 수행했던 시절은 어떠했을까. 참 지난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기계화는 필연적이다. 노동력이 없는데 다른 방도가 없다.
이날 아침에 작업한 것이 대략 400개 정도의 모판이다. 마무리, 보강 차원의 못자리 작업이다.









모판 작업은 넓은 논 전체에 씨앗을 바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모판 위에서 볍씨를 발아시켜 논의 못자리로 이동해서 키우기 위한 과정이다.
지정댁의 모판 작업은 채반에 흔드는 방식이었는데 그 과정이 힘들었다.
젊은 사람들은 기계를 이용할 수 있다. 대농은 그래서 젊은 사람들 몫이다.
정확하게는 기계를 가진 사람들이 대농을 한다.
마을에서 품을 파는 일은 아주 정확하게 작동한다.
상대방이 기계를 가졌다고 쉽게 부탁하는 일은 없다. 대가를 지급한다.
하지만 이날과 같은 품앗이에는 대가가 없다.
동일한 작업라인에 서서 균등하게 일을 진행한다.
품앗이의 미덕은 노인이나 젊은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균등한 노동력으로 취급받는 것에 있다.
노동력 교환 시 가치에 대한 평가가 타산적이지 않다.
참가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의리를 기반으로 한다.
서로 간에 노임을 주고받는 노동과 품앗이는 구분은
암묵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듯하다.
사진만 찍고 가버리는 싸가지 없는 놈이 되기에 딱 좋은 날이다.
ㅅㅂ 딱 걸렸네.









카메라를 밀쳐 두고 트럭에 올라 모판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 일이 나의 몫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인원이 많고 이동 거리가 거의 없어 지정댁 모판 옮기던 날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경운기로 흙이 한번 더 옮겨지고 트럭 2대 분량이 모두 채워지기까지 대략 90분 정도 소요된 듯 하다.
참외로 마른 목을 달래고 한담을 나누다가 논으로 이동했다. 시골 트럭들 참 고생 많다.
앞의 트럭은 타이어가 거의 주저 앉았다.
'Go Go! Non으ro!'









모판을 못자리에 배치하기 위헤 운반하는 이 과정이 제일 힘든 듯 하다.
허리를 굽히는 시간이 많고 줄을 서서 운반하는 작업의 특성상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
한 판 작업이 끝 날 때까지 꼼짝없이 계속해야 한다. 남자는 4판씩, 여자는 2판씩 옮겨 주었다.
긴 장화, 이른바 '물신'을 신지 않았으니 가짜 이장이 못자리로 들어설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경사로에 기대어 서서 모판을 옮겨 주는데 열이 이동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모판을 옮겨 주어야 하니 논두렁 기울기 탓에 엉거주춤한 자세에서는 허리가 아프고 다리는 떨린다.
그 자체가 힘들다기 보다 남아 있는 모판을 눈짐작하고 지루한 반복을 계속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렇다. 농사일은 끝없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
이 과정을 끝내면 남은 대부분의 일은 기계가 대신할 것이다. 그러니까 기계화된 요즘에 있어서
오늘 과정이 가장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날이다. 마을회관 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짜장면 시키신 분!"









새참으로 자장면이 배달되었다.
평소 이장의 식사 시간으로 비교하자면 좀 이른 시간이지만 오전 자장면은
작업 중에 반가운 손님인 것은 분명하다. 허기도 달래고 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배달 온 청요리집 사장님은 돌아가지 않고 빈그릇을 기다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점심 전에는 한가한 듯 했다.

"빼갈 한 병 안들고 왔어?"
"깜박했네."
"고춧가루는?"
"여그 주머니에 갖고 있제. 우리집 고추 매워이잉."

과연 경험해 본 중국집 고추가루 중 제일 매웠다. 정신 없이 자장면 한 그릇을 밀어 넣고
어르신들 눈을 피해 담배연기 날리고 다시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찍사로 등장했다가 자장면에 팔린 품팔이로 급 신분상승을 하다뉘...
하여간에 맛나요! 부탁도 안했는데 곱빼기를 시켜주시다니.

"곱빼기 아녀! 이거이 보통인데..."









여기서부터 사진이 이상하다.
카메라를 뒤로 메고 일을 돕다보니 모드 설정 버튼이 엉뚱하게 돌아간 모양었다.
일하는 사이에 잠시 잠시 셔터를 눌렀지만 확인할 틈은 없었다. 협동 작업이니
나의 촬영을 기다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 모심기기 아닌 것이다.
이하 사진은 정상적인 사진처럼 만든다고 많은 쇼(보정)를 한 것이다.
모판을 들여 놓기 전에 바닥 정지 작업을 함께하는 모자.









모판이 모두 놓이고 이제 물신 신은 사람들만 작업이 가능하다.
귀가 잘 들지지 않는 어르신 한 분이 함께 해서 종종 작업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아, 저리 가란께!"
"긍께 가고 있자녀!"
"아니, 오지 말고 가란 말이여!"
"그란께 가자녀!"
"아! 오지 말라니깐!"

피복被覆을 한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피복은 벗겨질 것인데 이것을 보온못자리라고 하고
가장 일반적인 못자리 형식이다.









피복을 하려는데 작년에 사용하던 피복의 길이가 짧다.
어머니는 다시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다시 사용하려니 길이도 짧고 구멍도 많다.
아들은 새 피복을 준비했고 어머니는 헌 피복이 못내 아깝고 아쉬운 표정이다.
잠시 이를 두고 실랑이가 있었지만 아들이 준비한 새피복을 사용하는 것으로 의견은 정리되었다.
이제 작업은 마무리다.

반나절 동안 예정치 않았던 못자리 일을 함께 했다.
서툰 일손이지만 꼼지락거리지 않고 최대한 속도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하고 보니 그 노동의 힘듬이 허리로 가장 먼저 전해온다.
모두들 흡족한 얼굴이다.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들을 던진다.

"인자 쌀밥 묵그로 해놨응께."

흙투성이 카메라를 등에 메고 마을 사람들과 논길을 걸어 나왔다.









"수고했네."

뭔 말씀이십니까. 어르신 댁에서 소 먹이시지요?
부산 제 본가 엄니 따라 마트가면 수입소 삽니다.
손자 3명 모이면 그 먹성에 한우 먹이기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답이 안보이네요. 죄송합니다.









"욕봤소."

뭔 말씀이신가.
레저도 아니고 제가 더 미안하지요.
기회되면 사진도 찍고 종종 돕지요.
마을이야기도 좀 합시다.









"중간에 안가고 끝꺼정 도와주니 고맙네."

엄니는 일흔여섯 해를 해 오신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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