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3일.
오전 8:00 부터 10:30 까지 촬영.
아마도 꽃의 상황을 계속 체크하면서 전하는 마지막 소식이 될 것이다.
금, 토, 일요일은 촬영하지 않을 것이다. 하동과 구례 모두 벚꽃 축제 기간이다.
장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략 이틀 후면 완전한 만개 상태일 듯 하다.
만개 직전에 손을 놓을 생각이다.
하지만 사진상으로는 완전한 만개보다 오늘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3월 14일부터 꽃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으니 20일 정도 진행을 했다.
다음 주 초반으로 예상되는 꽃비 중계가 가능하다면
그날이 花戰을 완전히 끝내는 날이 될 것이다.









아침 7:30 조금 지나 구례를 출발했다.
화개중학교는 쌍계사 십리벚꽃길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









짐작컨데 지난 밤에 포장마차의 불은 오래도록 밝혀져 있었을 것이다.
밤벚꽃놀이가 가능하도록 조명이 준비된 이 길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인
사람들은 아직은 열에 여덟은 이 지역 사람들일 것이다.









벚꽃을 찍기 시작한 이후 오늘 아침 햇살이 가장 밝았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뭔가를 건지고 싶었다.
실질적인 마지막 전투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같은 장소를 계속 방문하는 것을 절대 지겨워하지 않는다.
같은 영화 보기, 같은 음악 듣기, 같은 장소 계속 찾기.
하지만 오늘은 나도 풍경을 좀 보고 싶었다.
뭔 말인가? 이런 곳에서 나의 시선은 계속 사각형의 프레임으로만 작동한다.
먹잇감을 노리는 것과 같다.









오후에 방문한 경우가 없어 좀 아쉽다.
오후에 이 길의 나무그림자는 역광으로 길게 뻗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일이라도 오후엔 너무 사람이 많다.
오늘 아침 햇살이 다행이 선명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무그림자 컷을
가능한 많이 찍었다.









햇살이 더 강했다면 아마도 꽃잎의 화이트가 날아가(반사) 버렸을 것이다.









"오늘 당신 마음에 가장 만족스러운 사진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위 사진을 택할 것이다.









이틀 후면 분홍 기운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2007년에는 위 세장의 장소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은 '과잉'이었다. 꽃과 욕심 모두.









사진은 결국 선택이다.
오늘도 나는 126장의 사진 중 34장 만을 남겨 두었다.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사진은 모두 삭제한다.
그 상황의 결정적 장면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남겨둔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보는 장면은 비현실이다.









프레임은 풍경에 사각형을 씌우는 선택 과정인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황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카메라 속으로 들어 온 장면은 옆 사람에겐 비현실이다.









여러분들이 이 사진을 보고 금요일 밤을 달려 하동에 당도한다면
토요일 새벽 잠을 반납하고 미명의 이 길을 걸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금년에 나는 그리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리하신다면 누군가의 미명의 꽃 그림자는 나에겐 비현실이다.









왜 꽃을 쫓는지 모르겠다. 나는.
매일 새벽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의 상단에 있는 '행복하십니까' 라는
문구를 이장에게로 되돌리면 고민에 빠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나는...









계속 꽃을 쫓다보면 마음이 허허롭다.
그것은 질량 없는 음식을 계속 먹는 것 같은 허허로움이다.
길게 보면 30일 간의 花風이 마음을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그 바람의 빈 자리가 씁쓸해서 시인은 도원경을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그 시인은 돌아오기 싫었던 것이다.









녹차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 꽃이 진 자리를 사람들의 노동이 대신할 것이다.









남도대교 넘어 구례 땅으로 넘어 왔다.
문척면 오봉정사 안과 밖의 벚나무를 오늘 찍지 못한다면 다음 주에는
꽃잎만 휘날릴 것이다.









저 의자에 잠시 앉아 담소를 나눈다면 좋을 것이다.
오가는 차도 거의 없고 소풍 나온 기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꽃 지고 벚나무 새순이 올라오면 저 나무 뒤의 감나무농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찬연한 연두색 잎이 돋아날 것이다.









이상하기도 하고 부당하기도 하다.
오늘이 지나면 이 나무의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구례군 문척면 오산 아래의 또 다른 벚꽃 축제 장소로 이동했다.
섬진강은 이곳에서 곡성으로 휘어진다. 보이는 벚꽃의 띠 만큼 숨겨진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지점까지 새로운 벚나무터널이 펼쳐진다.
그 속으로 들어가자.









축제를 하루 앞 두고 있어 그런지 정비 작업을 하는 일손들이 분주한 것 같다.









쌍계사 십리벚꽃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쌍계사 십리벚꽃길 보다 짧은 거리이고, 오래되지 않은 나무지만
이곳은 섬진강을 지척에 두고 참으로 '적당한' 자태를 보여준다.









주말 잘 보내시기를.
지리산자락에서 이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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