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 우리밀 시즌2 - 1+1=나눕시다

마을이장 2010.07.18 00:19 조회 수 : 7405 추천:205








2010년 6월 16일 오후 3시 경.
작년에도 그랬지만 운조루 밀을 들판에서 가장 늦게 베었다.
다른 논은 이미 모심기가 된 상태였다. 아침에 벤다, 오후에 벤다고 설왕설래하던 밀밭은
'내일 아침에 벤다네'로 정리가 되었지만 운조루 엄니는 화가 많이 나셨다.

"낼 비온단디 시방 베들 안하믄 워찌케 하겠단 말이여? 모심기는 언제허고!"

수확을 책임지는 오미동 이장님은 결국 오후에 이른바 '우리밀' 2단지가 남아 있는 곳으로
콤바인을 몰고 와야했다. 나 역시 갑자기 바빠졌다.
모니터 들여다보고 있다가 카메라를 들고 뛰어 나가야했다.











이 글은 결국 우리밀을 팔기 위한 목적의 글이다. 그래서 카테고리 구분도 '장터'다.
2009년에 '밀가리장사'를 한 번 해 본 이후 나는 '이것은 정말 다시 할 일은 못된다'는
진정성 100%의 탄식을 쏟아 내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밀가리장사2'를 시작하고 있다.
굳이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겁나게 멋있는 언어를 동원할 수는 없다.

1. 운조루 정수씨가 2009년 쌀을 수확하고 묵은 퇴비 50만원어치를 2단지에 쏟아부었다.
그래서 "야, 류정수 이$%$%$&*%%^&^$#$^*($^" 라고 말했지만 결국 수매방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투자였다. '운조루 이미지땜시' 라는 거룩한 이유를 말했지만 나는 속이 아팠다.
'또 팔아야겠군.'

2. 여전히 나에게 밀가루를 찾는 메일이 날아오고 있다.
2009년 밀가리파동 직후에는 제법 많이, 지금은 간혹이지만 여전히 '밀가루 남았습니까?' 라는
메일을 받는다. 아마도 뒤늦게 지리산닷컴에 가입하신 분들이나 우연히 알게된 분들일 것이다.
이를테면 수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2009년 며칠 동안의 푸닥거리는 지리산닷컴의 첫 장사행위에
따른 특수효과라는 판단을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이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또 팔아야겠군.'











금년 밀 수확량이 좋지 않다. 작년의 두 배인 1800평 정도의 면적에 밀을 심었다.
그러나 건조기에서 가마니로 옮긴 며칠 전에 헤아려보니 1.2톤 정도의 수확이다.
40kg 기준의 가마니로 30가마니 정도 나왔다. 작년 관행농 밀밭 950평에서 이 정도는 나왔다.
결국 두 배의 면적이지만 관행농의 절반 정도 수확을 한 편이다. 그러면 운조루 밀만 그러한가?
아니다. 금년의 거의 모든 농사 상황은 좋지 않다. 많았던 겨울비, 봄 시즌의 많은 비와 흐린 하늘
탓에 밀은 본격적으로 성장해야 할 시기에 일조량이 부족했다. 키가 자라지 못하거나
부실한 하반신으로 인해 쓰러지거나 쭉정이만 남은 경우도 많았다.
살림하시는 분들은 금년 마늘 값이 비싸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마늘, 양파 등도 봄의 많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수확이 별 볼일 없다. 기후에 따른 농작물의 반응은 연쇄적이었다.
심지어 한봉조차 잘 되지 않는다. 금년 하반기에 꿀값도 조금 오를 것이란 소리다.
배와 사과도 4월 눈으로 인한 낙과와 부실한 수확은 이미 아시고 계실 것이고.
콤바인이 들판을 삭발하는 동안 손바닥에 밀을 올려 놓고 찍었다. 낟알의 갯수가 적다.











역시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 팔 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이 할이었다.
우리는 음식으로부터 우리가 활동하는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광합성을 통한 태양에너지로부터 얻은 것이다. 식물이건 식물을 먹고 자란 동물을 먹었건
우리가 먹는 음식 속의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인간은 경작 면적을 최대한 늘렸다.
그것을 위해 경쟁관계의 많은 생명체들을 추방했다. 숲과 동물들이 그 대상이었다.
태양에너지를 늘리는 방법은 없고 경작 면적을 늘리는 방법이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산 가능한 땅은 농업용으로 이용되거나 인간의 주거와 공업생산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더 이상의 쓸만한 땅은 없다. 더 이상 토지를 증가시킬 수 없을 때 인간은
벌레와 잡초 제거, 농업의 기계화로 생산력을 보다 더 극대화했다. 그리고 생산력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이미 인간은 지구상에서 괜찮은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생명체들은 잉여 지역에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그들 역시 자연적인 팽창과 소멸을 원하지만
인간이 제어하는 지구환경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식물 종들은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이 기후 변화와 광우병이나 신종조류독감같은
변종 바이러스의 역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운조루 밀밭을 2년째 제초제 없는, 화학비료 없는 농사로 쌀과 밀 이모작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확은 콤바인으로 한다. 기계는 석유로 움직인다. 완전한 유기농이란 정말 힘든 일이다.
수확량이 적은 탓인지 중간에 콤바인의 수집통을 비우러 수집트럭으로 이동하는 일은 한 번 뿐이었다.
1시간 정도 만에 1900평 정도의 밀밭은 삭발을 끝내었다.











콤바인 작업을 한 오미동 이장님도 작년의 절반 정도 밀 수확을 했다고 한다.
밀 수매가를 35,000원으로 보자면 금년에는 '사백만 원 정도 만져볼 듯' 하다고 했다.
금년 가을에도 밀을 뿌릴지는 좀 생각해 봐야겠다고 하신다.
수확한 밀을 모두 집어 넣었지만 수집 트럭 한 차를 모두 채우지 못했다. 2톤이 되지 않는단 소리다.
다음 날 운조루 류정수씨는 밀을 수확한 자리에 모심기 전에 퇴비 100만 원어치를 집어 넣었다.
농부가 그리하겠다는데 내가 뭐라 말릴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뭐라 한 마디는 해야지.

"밀 다 팔아서 소똥 사겠네."

일단 건조기 창고로 집어 넣었다. 언제 팔 것인지는 아마도 글이 준비되는 때에 결정할 것이다.
밀 베면 항상 장마다. 또 장마철에 밀가리소동을 겪어야 한다.











2010년 6월 10일 목요일.
경향신문 윤기자로부터 몇 번 연락이 있었다. 밀 언제 베냐고.
우리밀 관련한 기사를 준비 중인 모양이었다. 들판이 황금빛일 때 촬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6월 10일 점심을 구례에서 같이 하기로 했다. 우리밀공장과 생산 농민 인터뷰를 섭외해 두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그러나 그 머시냐, 나로혼지 뭔지 발사가 연기되면서 나로도에서
구례로 오기로 한 사진기자 양반이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현장 찍사를 내가 대행하기로
하고 점심 시간 이후 모든 시간을 동행해야했다.
점심시간 지나 의도적으로 방문한 어느 우리밀 전문식당의 수제비는 매우 짜고 맵고 여튼 맛이 없었다.
사장님은 기자가 오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우리밀 음식도 한 컷 소개하려던 계획은 급 취소. -,.-
구례군 광의면 우리밀공장으로 이동했다. 몇 번 방문했지만 인터뷰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없었다.
이날에서야 다른 사람의 인터뷰를 옆에서 참견하게 생겼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진열된 우리밀 제품을 보았다. 생각보다 품목이 많다.











구례군 광의면 우리밀영농조합법인의 최성호 대표이사님이다.
평소와 다르게 일간지스러운 포커스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 역시 나에겐 익숙하지 않았다.
인터뷰 중간에 불쑥 한 가지 질문만 끼어 들었다. 대기업들의 우리밀 사업 진출 장면 대목이었다.

"좀 얄밉지 않습니까?
2~3년 전에 곡물가 폭등하고 우리밀 가격 경쟁력 생기니까 끼어 든 거잖아요."
"할 수 없지요. 그게 기업들의 속성인데..."
"대기업들이 가격 경쟁으로 싹쓸이 하고 지들만 남는 경우가 보통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살아 남을 방안을 마련해야지요. 자본주의에서 경쟁은 필연적이고."

내가 이 날 기사의 대부분을 복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혹시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따라 가시라. 종이신문은 전면기사였고 인터넷 기사는 두 꼭지다.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1007131729245&code=900315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1007131725445&code=900315











최성호 대표이사의 인터뷰 중,
"84년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하고 나니 7년 만에 밀 종자가 사라졌습니다." 라는
대목은 아찔하다. 대한민국에서 밀 종자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포괄적 매춘산업의 4% 보다 낮은 현실만으로, 그러니까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식량 자급에 관한 영역의 정책을, 정치를 이 따위로 하면 나라가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직접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쌀과 보리, 밀의 수매가는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 돈이 안되니 식량에 해당하는 농사를 짓는 사람과
경작면적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조장, 조성하고 있다.
시골에 집행되는 '체험' 관련 예산으로 농업에 투자한다면 농촌도 살고 농촌인구도 증가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농촌 관련 정책은 이것만 빼고 나머지에 주력한다.
씨벼, 종도를 구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될까? 설마 그럴리가 있을까?
종자 장사로 돈을 벌고 있는 나라는, 미국(23%) 중국(11%) 프랑스(6%) 브라질(6%) 인도(4%)
일본(4%)이다. 상위 10대 기업의 세계종자시장 점유율은 2007년에 67%로 급증했다.
그 해 겨울 곡물가 폭등이 있었다. 몬산토와 듀폰(미국), 신젠타(스위스), 리마그레인(프랑스),
랜드오레이크(미국), KWS(독일), 바이엘(독일), 사카다(일본), DLF 트리폴리움(덴마크),
다키이(일본) 등이다.
청양고추는 우리종자일까? 청양고추 종자를 개발한 중앙종묘는 1998년 IMF 때에 망했다.
세미니스라는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세미니스는 다시 몬산토가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가
먹는 청양고추는 수입종자로 만드는 것이다.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그들의 종자에 대한 로열티(이를테면 지적재산권 같은 것이다)를 인상하면
우리 농업은 기반부터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우습고 무섭다. 25~6년 전에 대한민국에는 우리밀 종자가 없었다. 실험실에만 있었다.
이렇듯 우리밀을 먹을 수 있는 현실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기적이다.











윤기자가 생산농민과의 인터뷰를 원해서 농부 홍순영을 소개했다.
순영이 형님을 촬영할 때 한번씩 느끼는 점이지만 깜찍한 척 하는 경향이 있다.

"아, 권선생은 뭐하러 사진을 그리 찍어싸코..."
"아시면서..."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서 2010년 1월 7일. 상사마을 체험관에 제빵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장면이다.
녹색농촌체험마을 2억의 예산 속에서 집행되는 것이다. 시골마을에 뭔 제과제빵시설?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출발은 지극히 간단하고 우발적인 것이었다. 2년 전, 녹색농촌체험마을 계획서를 관청에 제출할
무렵, 이장님이 작성한 파일을 최종적으로 사진 넣어서 편집하고 문장을 손 보는 일을 했다.
그때 별 다른 특색 없는 마을체험프로그램 사이에 '우리밀체험-제빵' 부분을 5줄 정도 추가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실현에의 의지라기 보다는 다른 마을과 좀 차별성 있는 아이템을 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장면이었으니. 그 1분 정도의 타이핑이 이런 결과로 정리된 것이다.
물론 월인정원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으니 가장 중요한 '실행 인력'은 가능하지만 마을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던 것이다. 막상은 설득이고 뭐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그렇게
관에서 진행을 했으니 미필적고의에 의한 범행이 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일천만 원 정도의 시설을 관청에서 어느 업자에게 시켜서 마을로 납품 처리하지 않았고 월인정원이 셋팅했다.
이런 류의, 시골마을로 투입된 예산과 시설이 설치로 끝이 날 것인가, 실제 사용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 실습 중인 마을빵집 회원들.


5월부터 '마을빵집'을 가동했다. 약간 유동적이지만 4~6명 정도의 주민들이 월인정원에게 제과제빵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2회를 예정하고 7월 현재 10회 수업을 진행했다. 마을빵집을 가동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시설을 이대로 사장시킬 수는 없다. 둘째, 외지에서 귀촌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빵을
배우고 싶다는 수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비협조적이거나 방해세력 역할을 했다.
마을에 살면서 우스개 소리처럼 가장 조심하는 일은 '말 나온다'는 소리다.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는 일은 공적이건 사적이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마을빵집은 결코 수월하지 않은
내가 사는 마을의 특성상 '말이 나올' 몇 가지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외지껏들' 주도로 마을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고 둘째, 시설의 운영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것이니 이것은 100% '말이 나올'
사안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결코 논리와 이론이 아니다. 비과학이 유일하게
과학적인 수단이며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내가 볼 때, 마을빵집의 주체들은
전부 외지에서 온 여성들이고 그녀들은 눈 앞의 말싸움에서는 백전백승할 것이나 그 방식으로는 결국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이후의 설거지는 그녀들의 남편 몫으로 떨어질 것이다.
예상되는 이런 로드맵 탓에 나는 가능하면 이 프로젝트가 가동되지 않기를 원했다.
그러면 시설은 무용지물이 되는데?
그렇게 되건 말건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대한민국에 그런 시설과 월급쟁이가 어디 한둘이냐고.











주변에서는 간혹 아이템이라고 나에게 진진할 얼굴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
월인정원의 빵을 제품으로 판매하는 구상에 대한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서 간명하게 나,
또는 월인정원의 입장을 정리할 것 같으면 '알아요. 그만 하세요!' 다.
어떤 아이템이 결과로 나타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예산이 아니다. 사람이다.
그 아이템을 실현할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데 아무리 쌈박한 아이템을 말해봐야 좋게 보면 헛소리고
정확하게보면 입에서 나오는 방귀일 뿐이다. 그러면 사람이 있다고 되는 일인가?
당사자의 의지가 없는 일은 역시 헛된 망상일 뿐이다.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이 의지도 있다면?
시골에서는 그래도 힘들다. 치열한 삶의 의지로 변화와 개혁을 꿈꾸는 환경이 아니다.
전반적으로는 그렇다. 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변화에의 거부 정서가 뚜렸하다.
'그렇게 안해도 살아왔는데'다. 나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그래 그게 맞다. 뭘 바꾼단 말인가?'다.

최상의 마을빵집. 한번 상상해보자.
여기는 지리산자락이다. 마침 우리밀 재배가 활발한 구례이고 이곳에는 우리밀제분공장도 있다.
마을 앞 들판에서 무제초제 무화학비료의 밀농사를 짓고 사시사철 마을에서 나고 채취한 재료로
빵과 쿠키를 만든다. 더구나 이 마을에는 봄나물같이 나긋한 성격의 디자이너가 있어 마을빵집의
브랜드&패키지 디자인을 도시 아줌마들이 선호할 만한 감각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빵집전용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자연과 마을, 인생과 빵에 관한 낚시용 감수성 예민한
글들도 연출할 수 있다. 온라인 이벤트와 연 중 네 차례 정도의 우리밀체험 이벤트도 진행하면서
온오프라인 모두 활성화를 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초기에는 한다리 건너 허명 가진 문화계 인사들을
마을로 초청해서, 한 다리 건너 허명 가진 2류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을 초청한 '마을음악회 같은 것을
조직한다. 이때 아는 인맥을 동원해서 성격 맞는 방송과 신문, 잡지의 아이템 고파하는 기자와 작가,
PD들에게 먹음직스러운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여느 시골마을과는 다르게 데크형 테라스를 밖으로 낸 마을카페테리아를 운영한다.
이때 마을사람들은 마을을 방문한 외지 손님들에게 사투리로 친절하고 '농약이 뭐예욤?' 이라는
멘트를 한번씩 날리면서 들판으로 나간다. 학씰한 퀄리티의 원두커피를 현장에서 바로 로스팅해서 서빙한다.
유기농치즈+마을 뒷산에서 채취한 버섯으로 토핑한 화덕피자를 먹어 본 사람들은
'이제까지 내가 먹은 피자는 쓰레기였구나!' 라며 한탄하며 통곡을 한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서 이 마을빵집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통밀빵이라는 키워드 네이버 검색순위에서 마을은 항상 상위에 위치한다.
마을노인정 또는 부녀회 회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면서 공동으로 빵을 만들고 이윤의 대부분은
마을의 기금으로 귀속시킨다. 그리고 분기마다 주민들의 역할 정도에 따른 공정한 이윤배분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월인정원과 봄나물 나긋한 디자이너가 마을을 떠나더라도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3년이 지나서 한 마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통밀빵의 골고다언덕이 된다.
이 마을은 지리산둘레길 구례구간이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단,
단,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60가구에 대해서 1억 원 정도의 돈을 무상으로 지불하고
'3년 동안 나 허잔대로 농사짓고, 나 허잔대로 마을을 운영합시다!'는 연판장에 도장을 받거나
마을사람들이 하나의 생각으로 단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들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마을은?
마을을 새로이 만들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가능한 선에서나마 즐겁게 일하자.
마을빵집 회원들은 몇 차례 수업을 진행하다가 마을노인정에 200개의 단팥빵과 크림빵을 내어 놓았고
그 날 해그름에는 노인분들이 비닐봉다리에 서너 개의 빵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0년 7월 7일. 마을빵집 돌판 오븐 위에서 피자가 익어가고 있다. 돌판 오븐은 월인정원이 기계를
셋팅하면서 회심의 역작으로 조립해 넣은 대목이다. 기름이 쫘악 빠지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판매할 운조루밀가루에 대한 제빵성 테스트를 위한 조촐한 모임이었다.
햇밀은 구수했다. 물론 강력분이 아닌 '기타가루'인 까닭에 식빵 등의 덩치 큰 빵 종류엔 약하다.
밀가루 성격에 맞는 종목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삽으로 피자를 꺼내는 이런 장면은 그림이 되는 것이다.











최선으로 봐줘도 중력분 정도의 가루이기 때문에 포카치아 같은 많이 부풀지 않아도 되는 빵류와
컵 케이크, 쿠키류에 적절한 밀가루다. 발사믹식초나 효소에 찍어 먹는 맛이 좋다. 식감은 거칠다.
통밀빵은 거친 음식이다. 부드럽고 포근한 수입백밀가루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에는 그렇고 그런
빵일 수도 있다. 그냥 몸에 좋다고 하니까 먹을 수도 있단 소리다.

2009년 밀의 제빵성 실험은 월인정원이 집에서 혼자 만들고 사진을 올렸다. 1년의 시간이 지났다.
마을에는 제빵시설이 들어왔고 여러 사람이 함께 빵을 만든다. 앞에서 우스개로, 건방진 어투로
주절거렸지만 어쩌면 생각했던 최소한의 방향으로 진행은 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농부들이 이 빵의 해택을 보는 것이 원하는 의도이다. 빵을 먹는 것은 하나의 문화다.
그것도 도시적인 문화다. 시골에서 빵이란 단팥빵이 일등이고 크림빵이 이등이다. 포카치아, 바게트,
크로와상, 스콘, 뭐시라, 거시기 등은 도시적인 정서와 문화다. 결국 지금 마을빵집에서 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역시 도시에서 귀촌한, 빵문화의 경험자들이다. 도시만큼 그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게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동안 베이커리에서 별 생각없이 사 먹은, 며칠이 지나도 상하지 않고
딱딱해지지 않는 빵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쉽게 스스로의 손으로 빵을 만들 수 있다는,
마치 밥을 하듯이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한 걸음 다가 선 것이다.
마을빵집 회원들은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갓 도정한 햇밀로 스스로의 손으로 빵을 만들어 먹는
그림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죽하면서 느낄 수 있는 깊숙한 밀향도 평생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산지에 살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밀이
'우리밀'이 아니었다면 이런 시도의 의미는 90% 삭감되었을 것이다.

* 여러분들도 원한다면 먼 거리지만 상사마을빵집 체험을 하실 수 있다.
마을사이트를 아직 깔끔하게 완료하지 못했다. 다음 주 중에 비어 있는 게시판의 내용들을
채워 넣을 계획이다. 일단 아래 주소로 가서 빵집체험 안내 정보를 보실 수 있다.
http://www.jangsuchon.net/bbs/zboard.php?id=eventProgram











다음 스탭은 무엇인가?
역시 밀의 생산자와 노약자, 어린이들이 좋은 식재료의 빵을 먹는 것이다. 통상 제일 좋은 식재료는
서울로 올라간다. 가장 좋은 제주도 은갈치는 제주도에 있지 않다.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겨진다. 생산자는 좋은 것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것을 만들어 돈과 그 가치를 교환하는
사람이었다. 인류 역사의 전 시간 동안 인간은 '잘 살아보세~'를 목표로 치열하게 노동해왔지만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열심히 노동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더 잘 살고 잘 먹게 되었던 것은 아니다.
힘들수록 쓰레기같은 식재료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연명'했다. 당연하기도 하고 부당하기도 하다.
힘들기 때문에 더 잘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좋은 식재료와 음식은 비싸다.











나는 잘 먹고 산다. 저녁찬으로 갓 도정하고 빻은 밀로 부침개를 해 먹을 생각이다.
재료는 최상의 것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땅의 힘만으로 키우고 있는 텃밭의 고추와 깻잎, 부추로
전을 만들 생각이다. 고추전이 될 것인데 이 고추는 구례군여성농민회에서 보급한 토종고추 모종을
키워서 요즘 따 먹고 있는 조선 땡초다. 씨를 받아서 내년에는 모종이 아닌 이른 파종을 할 생각이다.
세계종자회사들의 이른바 F1(한 번 따 먹고 다음 해에 다시 구입해야 하는) 종자들의 영향력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속 편하게 살 수 있는 방편이다.
나는 가난하지만 연 중 8개월 정도는 최상의 식재료만 먹고 산다. 이 식재료들은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맛을 가지고 있다. 맛이 복잡하지 않다. 여튼 순전히 마당의 재료+운조루밀로만 전을 만든다.











오징어 또는 홍합 등, 전에 들어가는 해산물을 넣지 않았다. 장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집 냉장고에 그런 것은 없다. 또는 그런 것을 넣을 필요도 없다. 피자에 햄이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3장을 구워서 두 사람이 배 불리 먹었다. 밀은 구수하고 고추는 심히 매웠다.
하지만 '무조건 겁나게 맛있었다'고 주장하기로 합의했다.
수제비 또는 칼국수를 마을에서 십수 명이 만들어 먹는 금년 밀 테스트를 기획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밀가루 판매 관련 이 글이 늦어진 것이기도 하다.
더 늦어지면 사이트와 사람이 실없어 보일 가능성이 높아 이렇게 그냥 집에서 전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햇밀 성능테스트를 마감했다. 판매가 끝나고 에필로그 성격의 글을 올릴 수 있다면
마을빵집 이야기처럼 우리밀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드리도록 하겠다.











이제 구체적인 판매 들어갑니다.
금년에 판매 가능한 밀은 1.2톤 정도입니다.
이것을 도정하고 가루로 내면 아마도 900kg 정도 판매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판매 목표량이 200kg이었고 대략 오백몇십 kg을 판매했었습니다.
2010년 밀가리 장사는 단순히 좋은 식재료를 나누고 생산한 농민의 생산원가를 보전하는
행사로 마감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여러분들이 필요한 밀가루 또는 통곡 + 1kg 기부(3,500원) = 구입총액

이것입니다. 즉 구입하실 때 1kg 기부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생산농민은 120kg의 밀을 기부할 것입니다. 전체 생산량의 10%에 해당합니다.
기부받은 밀가루 또는 통곡 밀을 어떻게 할 것이냐? 좋은 식재료를 먹어야 하지만 먹을 수 없는 상황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드릴 것입니다. 현재 구례군의 독거노인과 생활보호 대상자 노인들의 거처 정보를
군청에 의뢰해 놓은 상태입니다. 전체 판매량과 기부받은 kg을 산출해서 어떤 방식으로 나누어 드릴 것인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1kg씩 기부하신 밀을 지리산닷컴과 운조루가 심부름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국으로 배달되기에는 적은 양이기에 일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배달 범위를 한정합니다.
가능하면 직접 해결할 것이고 힘들면 군과 면의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구호단체에 전달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시설에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이 방법에 대해서도 관련한 구호단체를 물색 중입니다.
물론 1kg 기부는 선택 사항입니다. 필요하신 밀가루만 주문하셔도 전혀 문제 없습니다.


- 주문하실 수 있는 제품군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밀가루 / 2kg - 7,000원
*우리밀통곡(밀밥용) / 3kg - 9,000원
*1kg 기부금 / 3,500원
*택배비 / 2kg 이하 3,000원 - 5kg 이하 4,000원 - 5kg 이상 5,000원

+ 작년 운조루 무농약쌀도 세일 방출합니다!
제품1 - 운조루쌀 10kg / 30,000원(택배비 포함)
제품2 - 운조루쌀 20kg / 50,000원(택배비 포함)
쌀은 종료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먹을 것도 좀 남겨둬얄 듯 해서 -,.-



- 주문사이트 / http://www.unjoru.net/bbs/zboard.php?id=mall
- 주문메일 / unjoru8@hanmail.net
- 주문전화 / 010-9177-7705 류정수
- 입금계좌 - 농협 / 곽영숙 / 805-02-104112
- 1차 주문은 일단 7월 24일까지 받도록 하겠습니다.

* 지리산닷컴 이장이 주문받지 않습니다.
  위 운조루 사이트에서의 댓글 주문, 메일 또는 전화 주문을 하시면 됩니다.
  입금하시면 주문 완료된 것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메일로 주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문량, 배송지 주소, 연락처를 어차피 기록해야 합니다.
  전체 주문량을 보고 다음 주 중반 무렵에 후반 작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결국 1차 배송은 아마도 7월 26일(월요일)이 가장 유력합니다.

* 2010년 주문, 가공, 배송은 농부가 직접 진행할 것입니다.
  2009년처럼 지리산닷컴이 직접 진행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밀가리파동'으로
  인한 저의 개인적인 시간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2009년의 지리산닷컴처럼
  빠르고 상세한 답변이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 그러나 지리산닷컴은 농부와 함께 전 과정은 살펴보고 기록할 것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로 여러분들에게 이후 이야기를 알려드려야겠지요.











운조루에는 유명한 뒤주가 하나 있습니다.
이 뒤주에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그 문구가 바로 '他人能解'입니다.
타인능해, 즉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다."
원통형의 이 뒤주에는 세 가마니의 쌀을 담을 수 있습니다.
마을의 굶주리는 모든 이를 위해 이 뒤주는 항상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운조루 창건주 류이주님은 한 달에 한번씩 뒤주가 비워지면 쌀을 다시 채울 것을 명했다고 합니다.
운조루는 대략 이백여 석의 쌀을 소출했는데 어떤 시기에는 전체 소출량의 20%를 베풀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개는 매년 삼십여 가마의 쌀을 양식 없는 이웃들을 위해 내어 놓았다고 합니다.
쌀을 얻기 위해 운조루를 방문하는 일은 즐거운 마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혹여 다른 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뒤주는 중간사랑채와 큰사랑채에서 안채로 통하는 헛칸에 두었습니다.
주인들과 쉽게 마주칠 가능성이 낮은 곳에 뒤주를 두고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린 것입니다.
2010년에는 여러분들의 마음으로 타인능해를 대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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