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천은사에서 숲을 보다

마을이장 2010.07.02 01:42 조회 수 : 6521 추천:239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70번지 천은사.
861번 도로를 따라 이른바 지리산 종주도로의 구례쪽 초입의 그 절.
봉은사가 정치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다면 천은사도 나름대로 일각에서 화제의 중심이다.
이른바 '문화재 관람료'라는 뉴스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다. 물론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다른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논쟁보다 천은사의 그것이 더 뜨거운 것은 바로 지리산으로 향하는
도로의 초입이라는 성격 때문이다. 성삼재를 통해서 노고단 정도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도 이 관람료를
내어야한다. '천은사를 가지 않는다'는 반박에 '이 길도 우리 땅이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그러면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나들이 분위기 잡치는 것이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와서 천은사의 횡포에 대한
블로깅을 하거나 관련 사이트에 가서 정중하게 또는 화풀이성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계종, 해당 지자체, 관련 국가기관의 '내가 더 바보야!' 놀이의 일종인데 피해자는 백성이니
아마도 펴엉생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이 길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다.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구례 주민'은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렸고 또 그렇게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도 있고 해서 최근에는 두어 번 찾았다. 이래저래 나는 천은사에 관심이 없거나 외면한 편이다.
내가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기분이 말끔한 것은 아니다. 작태들이 한심하니 기분이 꿀꿀한 것이고
다른 곳도 제 때에 구경 못하는데 꼭 천은사를 찾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제법 오래 전에 천은사를 찾았었다. 첫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것이다.
일주문 지나 수홍루 주변의 경관이 다른 절집과 달라 다른 이들은 좋아라 하는데 나는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같이 꾸며 놓은' 장면을 싫어 하는 개인적 취향 때문이다.
그리고 천은사는 나의 방문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구례 관내'의 주요한 사찰인
천은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천은사, 연곡사에 대한 이야기가 금년에 지리산닷컴에서
긴 이야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관광가이드 성격의 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런 아이템도
가급이면 피하는 편이다. 이곳 긴 이야기 초창기에 화엄사는 다루었는데 화엄사에 대한 소개 보다는
한국불교를 어루만지기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 이를테면 '지리산닷컴이 화엄사를 다룬다면!' 이라는
스타일의 글이었다.

하여, 지리산닷컴이 천은사를 다룬다면?
'문화재 관람료'라는 선정적인 아이템을 두고 조계종, 지방정부, 관련 기관을 아작내는 글을 만드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최근 이장의 컨디션으로 보자면 자료 수집과 분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무엇보다 '사람이 좀 거칠다, 성질이 더럽다, 고집이 세다더라'는 잘못 된 소문이 구례 바닥에 우세한
듯 한 느낌을 종종 받는 최근이다 보니, 뭔가 서정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이장의 본성이 새봄의 나물처럼 나긋하고 부드럽다는 것이 실제 가까이서 지켜 본
사람들의 압도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6월 30일 아침에 천은사를 찾았다.
정확하게는 천은사가 아니라 천은사의 숲을 보기 위한 방문이었다.
날씨는 당연히 흐렸고 숲을 촬영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어쩌면 더 흐리거나 안개를 기대했었고.











조선의 명필 이광사李匡師의 글이다. 마음에 든다.
디자인 작업에서 가장 힘든 것이 개인적으로는 로고타입이다. logo.
심볼 같은 것은 일종의 그림이니 그냥 대략 만들 수 있지만 글씨는 힘들다.
간혹 청탁해서 글을 받는 경우가 있다. 언제나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그래서 차라리 가장 선호하는 서체인 명조를
기반으로 변형하는 경우가 많다.
글씨를 보면 제대로 내지른 것인지 억지로 만든 것인지 정도의 감은 온다.











천은사 경내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광사의 글을 앞에 두고 우회전해서 길을 올라섰다.











부도탑이다.
천은사는 절집 입구에 부도군을 두고 있다.
아침 9시가 되지 않았고 드넓은 주차장에 내 차 하나만 있었다.











연곡사의 부도들이 이름 높지만 간혹 만나는 절집의 부도들에서 독특한 조형미를 느낀다.
저 모양을 잘 가공해서 간략한 몇 개의 라인으로 표현하면 적절한 아이콘이 가능하지 않겠나.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하지만 아마도 생각하는 일종의 디자인 작업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나무.











이광사.











그리고 숲으로 난 좁은 길.
나 혼자다.











절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포장 길을 버리고 일주문 지나 오른편으로 나 있는 흙길을 따라 걸어간다.
소나무 숲이 쏟아진다.
언젠가는 이 숲에서 적절한 빛의 상태 또는 안개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이틀 전 밤에 부산에 있었다.
하루를 보내었고 다음 날 점심 무렵에 부산을 떠났다.
큰 도시에서 항상 느끼는 것은 소음이다.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그 모든 소리들이 혼합되어 나에게 전달되는 그 부정적인 파동들.
여름이라 도심 한 가운데의 본가 아파트 문을 활짝 열고 잠이 들었다.
깊이 잠들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천은사나 가야겠다.'
일종의 보상이거나,
치유이거나.











일시에 당황스러울 만큼 많은 '긍정적인 이미지'들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나무들.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것은 나무이고 가장 강인한 것은 풀들일 것이다.











부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월인정원에 말했다.

"만약에 다시 도시에서 살아야 할 일이 생기면 도심은 정말 힘들겠다."
"그러려면 돈이 많아야 할 건데..."
"-,.- 뭐 2주일이면 적응하겠지. 평생을 살았는데."











결국은 지금의 마을들을 떠나야 할 것이다.
최초의 생각보다 너무 많이 개입되었다.











일전에 새롭게 出한 어느 분의 말씀처럼 번다해졌다고 할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업이고 그 업으로 인해 스스로
피곤해졌으니 떠남도 역시 업이다.











그러나 떠남도 능력이다.
원한다고 당장 그리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항상 마음이 먼저 떠나고 육신이 움직이는데
그 간극에 인간이 성실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 또한 그러하다.
지금의 방식으로 먹고 살고 싶지 않지만 지금의 방식이 가장 손 쉽다.











숲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경우 먹고 사는 일을 잠시 잊는다.
아마 '최초의 조건' 속에 들어서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교육과 훈련, 경험으로 무장한 우리들은
숲 속에서 완전히 무지하다.











길지 않다.
천천히 20분이면 숲 길의 전반전을 끝낼 수 있다.
적당한 산책길이다.











개울이 나타나고 잠시 쉰다.
담배도 한 대 피워문다.











남은 길은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길이다.
절집의 담벼락을 따라 내려가게 될 것이다.











천은사의 후면이 보이고 쓰레기 소각장이 아닐까 싶은 구조물도 보인다.
전면보다 후면이 누추한 것은 인간이 사는 곳에서는 일반화된 일이다.
숨기는 것이다. 적극적이건 아니건.











아침이었지만 땅 위로 먼지가 일었다.
숲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원래 조선의 건축물은 후면이 부끄럽지 않았다.
시멘트 건축물이 들어오면서 후면과 지붕이 흉해졌다.











몽고건 밀림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건
원형의 건축 개념을 가진 사람들은 산업화의 시각으로 보자면 가난하다.
사방팔방을 균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스스로는 가난하지 않다.











절집을 가면 뒷면 보기를 좋아한다.
뭔 흠집을 찾기 보다 요즘 건축물들 보다 뒷태가 안온하기 때문이다.
전면보다 후면에서 진실을 본다.











관음전이네.
좀 있다 들어가 봐야지.











요즘에는 황토벽 보다 회벽에 더 마음이 간다.
아마도 갑작스럽게 생긴 한옥들 대부분이 황토색이라 그런 모양이다.











역시 빨래는 햇볕에 말리는 것이 제일 좋다.











사진 찍기엔 좋지만 관리는 부실한 지붕이다.











오래된 집엔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나무는 집의 품위를 더해주는 주요인사다.











수홍루 앞에 섰다.
이제 절집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작정하고 섰다.
잠시 그냥 숲만 보고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절집으로 들어섰다.











걸었던 숲 길 방향과











맞은편 방향은 관상도 느낌도 다르다.











보리수.
천은사 마당에는 보리수가 몇 그루 있다.
이 보리수로 만든 염주를 탐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예쁜 염주가 문제냐
마음이 문제냐.











가지 말란 곳은 더 좋아보이고
좋아서 가지 말란 것이 분명한 것이다.











대중들의 오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돈과 신성한 것은 멀다'는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신성하다는 것은 돈과 가장 가까웠다. 결국 돈을 취하는 방법과
돈을 뿌리는 격이 중요한 것이다.











미술사적으로 보자면 관음상을 좋아했다.
물론 석굴암의 11면 관음상이 최고 중 최고다.
고려불화에서도 수월관음도 등의 걸작들을 좋아했다.
뭐랄까 그 생김. 중성적이라기 보다 여성성이 더 돋보이는 얼굴선.
이곳은 11면에 천수관음이다.











삼성전이란 곳은 서원의 느낌이 강하다.
천박한 금색을 보다가 잠시 눈을 쉬기 위해 바라보았다.
조선에서 유교적 검소함의 출발이 그러하기도 했지만.
처음엔 다 그렇지 뭐.











밤 사이에 산에서 누가 내려오셨나 보다.
사슴류는 아니고... 오소리? 아니면 정녕 동네 똥개?











보리수 열매와 잎이 떨어졌고











대竹는 쑥쑥 올라온다.











평화로웠고 만족스러웠다.











다시 입구로 내려섰다.











치자꽃으로 알고 있다.
완벽하게 피었다.
식물은 완벽하고 동물은 불완전하다.











마른 장마다.
계곡물이 봄날의 많은 비가 내렸을 때 보다 못하다.











계곡으로 잠시 내려섰다.











교과서적인 포커스를 들여다보고











묵은 숲을 올려다 본다.











조화롭다.
나에게 최고의 절집은 북부 안동 봉정사 영산암이지만 주변의 숲으로
보자면 천은사가 조화롭다.











90분 정도 소요한 모양이다.











무리의 사슴을 보는 듯 하다.











천은사의 숲.
좋다.











집에 가자.


* http://www.choneunsa.org/chun_junga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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