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퇴사와 업무 정리

마을이장 2018.12.29 15:36 조회 수 : 6614

 

 

   

 

 

 

 

지리산닷컴을 운영했던 지난 12년을 뒤돌아보니 역시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일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의 반복인 듯합니다.

지리산이나 섬진강을 품고 있는 동네는 많은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과 마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주민들도 단지 그림 같은 풍경만 계속되었다면

눈의 청량함에 마음으로부터의 지지를 더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간혹 필요에 의해 지나간 사진들을 찾거나 일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 손을 멈추고 눈이 머뭅니다.

제 사진에 등장한 열 사람 중 두세 사람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확인하곤 합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현실은 굉장히 강한 ‘사실’인 듯합니다.

제 사진에 등장한 아이들의 대부분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모판을 옮기던 상사마을의 영빈이는 취업을 했고

연곡분교 찬서는 고등학생입니다.

그 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여전히 어제하던 일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약속을 어기고 마음을 바꿉니다.

그들이 제 이웃이고 선생님들입니다.

저는 항상 제가 속해 있는 이 작은 세상사의 중앙에서 성장과 쇠락과 사라짐을 감상합니다.

희망의 근거는 대부분의 경우 슬픔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기억들입니다.

 

 

 

 

 

지리산닷컴은 개인적으로 가장 긴 시간 동안 운영한 커뮤니티입니다.

했던 일도 많았고 계획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일은 더 많습니다.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의 <맨땅에펀드>와 <연곡분교이야기> 동시 진행을 끝내고

많이 소진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 물리적 용량은 그것이 한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14년 한 해 이곳을 쉬었지만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수백 가지 기획이 날아다니지만 이후로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마을과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멈추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모순이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사람과 마을로부터 멀어지는 현상과

그 회복을 위해서는 사람과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는 판단은 지난 몇 년간 충돌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모순을 인정하고 저를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월간 <노력>이 부도수표로 남아 있습니다.

원래는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지난 12월 초에 제가 지리산닷컴을 떠나더라도

그냥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월간 <노력> 정기구독을 신청하신 분들께는

이후 진행 방안과 계획에 대해 따로 메일과 문자로 기별 드리겠습니다.

월간 <노력>에 가장 적합한 어떤 분과 함께 2019년 동안 일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함께 진행하니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저의 억지거나 이기적 결정입니다.

월간 <노력>에 대한 취소나 문의 등은 제 개인 메일로 주시기 바랍니다.

4dr@naver.com

저는 제 개인 사이트로 돌아갑니다. 이장 개인 사이트는 ★여기.

지리산닷컴과 관련한 친구들의 개인 집들은 마을회관 상단에 공지사항으로

진작부터 나와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이야기들도 계속 되겠지요.

★지리산닷컴 식구 사이트

저는 지금 당장 무엇을 가동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1월 초순에 약간 개편을 하고 일기 같은 이야기들을 올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퇴사 관련 업무 정리는 이 정돕니다.

 

당연히 지리산닷컴 주민들께 머리 숙입니다.

여러분들은 특별한 주민들이었습니다. 무언의 규칙 아닌 규칙이 작동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존중과 배려였던 것 같습니다. 소리 내어 약속한 바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지리산닷컴의 균형’은 지난 12년 동안 지켜졌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실 것입니다.

저는 간혹 그것을 느꼈습니다.

제 마음이 혼신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진행할 때 항상 그 열 배의 응원을 느꼈습니다.

비판보다 응원이, 더 강한 재촉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멋진 사람들입니다.

 

 

 

 

 

이장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201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지리산닷컴을 퇴사합니다.

31일까지는 댓글을 달겠으나 이후 댓글은

그냥 멀어지는 걸음에 뿌려주신 꽃잎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간명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굿바이.

 

 

 

 

fourd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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