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구례군청에 납품했던 《구례를 걷다》가 8년 만에 정식 출판되었다.

두 권이다. 1권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와 2권 《여행, 집으로 가다》라는 제목이다.

이것을 세트구성으로 팔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서야 제작 완료되었다.

지금까지는 예약판매였다. 주문하신 분들은 아마도 목요일까지는 받아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시작하고 있는 화요일, 나 역시 도착할 책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에 언론사 릴리즈 한다고 하니 이제 발송 리스트 확인할 것이다.

보도자료는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거의 1인 출판사라 그런 일들을 모두 수행할 여력들이

있는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통상은 편집자가 보도자료 원고도 준비를 하지만 크로스체크가

필요한 지점이라 이런 것을 임팩트 있게 준비하는 것이 한 끗 차이로 중요하다.

사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내 책을 내는 일 보다 이런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내 장사’로 넘어오면 나는 입을 다문다. 헛똑똑이가 된다.

‘따로 보내실 언론사’를 물어 오길래 전화번호를 일별하다가 그냥 딱히 담당도 아닌 몇몇 정보만

넘겨주었다. 매정한 멘트와 함께. “알아서 하세요. 몇 년 연락 안하다가 책 때문에 좀 그렇네요.”

 

이 책에 관심 있는 매체종사자 분들은 출판사로 연락주시면 책을 보내 드릴 것이다.

물론 매체 노출 전제로 그렇다. 세트 구성이 좀 비싸서 마구 뿌릴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를.

「도서출판 우드스톡 woodstockjw21@gmail.com

 

 

 

 

 

 

 

그냥 한 권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두 권 제작을 제안 받아서 잠시 구성에 대해 고민했었다.

츨판사는 구례 한 권, 구례 밖 여행 한 권을 원했다. 구례 밖은 생각해 본 바가 없어서 하루

정도 고민하다가 ‘구례로만’ 책을 구성하겠다는 답을 했다. 구례가 아닌 다른 것은 일상적으로

내 염두에 존재하지 않았다. 구례에 관한 사진, 구례에 관한 글, 여건이 된다면 구례에 관한 영상.

구례만으로도 나는 할 말과 해야 할 말이 넘쳐난다. 다만 게으를 뿐이다.

역 질문이 돌아왔다. 왜 구례냐고.

 

 

 

 

 

 

 

11년이 어쩌고 구례가 망가지는 속도를 지연 어쩌고 하는 답변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마땅한 소리들은 아니었다. 마땅한 소리는 항상 간명하다.

왜 구례냐? 흔한 대답이겠으나 그냥 운명이다. 그런 것 같다. 이 산 아래 작은 마을과 나는

전생에 무엇으로 엮여 있을 것이다. 그냥 그것을 풀어내고 싶었다. 내가 그것을 풀어내건 말건

딱히 시공간으로서 구례에 무슨 작용을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오로지 구례라는 고백을 하고 싶었다.

 

 

 

 

 

 

 

제목에 ‘구례’를 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에는 몇 번의 질문 끝에 동의했다.

내가 생각한 제목은 정해져 있었다. 포토에세이 《구례》.

내가 만약 10년 동안 영상을 촬영하고 그것으로 구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면

그 제목도 정해져있다. 다큐멘터리 《구례》.

물론 이 제목이 판매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여행한 이야기들이다. 지난 12년간 나에게 구례는 우주였다.

내가 볼 때 칼 세이건의 깨달음과 대평댁의 깨달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츨판사는 나와 지리산닷컴 주민들만의 이야기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의 글쓰기 버릇은 이미 아는 사람들을 전제로 전개되곤 한다.

그것은 내 말의 책임 범주를 좁히는 장점이 있다.

새롭게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래서 우주의 기원과 생성에 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해야 했다.

 

2005년 1월 17일.

영화가 끝났다. 스크린에서 현실로 돌아오기 싫었다.

밤새도록 영화 속에 있고 싶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서 엉뚱하게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하울, 캘시퍼! 꼭 돌아올게. 미래에서 만나자.”

을지로까지 터벅터벅 걸었다. 8번 출구로 들어서자 노숙자들이 슬리핑백을 펴고 있었다.
 

2006년 5월 30일.

서울을 떠났다.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행, 집으로 가다》 첫 머리에서

 

 

 

 

 

 

 

2권 《여행, 집으로 가다》가 1권 보다 많이 힘들었다.

1권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는 2010년의 《구례를 걷다》를 의식한 구성안이었다.

그래서 예정한, 또는 예정 보다 빠르게 한 권을 탈고할 수 있었다.

2권 《여행, 집으로 가다》는 전혀 다른 구성이었고 여기저기 흩어진 글 쪼가리들과

몇 년의 시간 차이를 무시하고 하나의 주제에 맥락 닿는 사진들을 배치해야 했다.

이를테면 같은 숲에서 1년 전과 1년 후에 주절거린 소리의 결이 많이 달라서 그 맥락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 어려웠다. 하나의 숲이나 집이나 사람 앞에서 매 순간 나의 감정은

달랐기에 다중인격 증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중심을 잡은 것은 결국 애정이었다.

 

 

 

 

 

 

 

2권 《여행, 집으로 가다》는 무수한 자기검열의 숲을 통과했다.

글의 내용과 사진에 등장하는 실제 얼굴들을 내 스스로 하나 둘 제거해 나갔다.

또 말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계속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뭔가 비축하는 소질이 없는 나는 지리산닷컴에 공개한 사진 이외의 비장한 컷은 없다.

그러나 사람 사진은 예외다. 특히 술과 춤이 함께 한 날 ‘마을사람들’ 모습은 나 혼자 볼 수밖에 없다.

글을 쓸 때는 그 사진을 앞에 두고 캡션 달듯이 작업하지만 글을 끝내고 나면 대체할 다른 사진을 찾아 헤맨다.

책의 목차 중 ‘그녀에게’ 라는 대목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는데 거의 매일 눈 앞에 대면하는

사람들의 정면 얼굴을 인쇄하는 일 앞에서 나는 머뭇거렸고 스스로 접었다.

그것은 단지 초상권 따위의 피곤한 문제를 넘어 선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당사자는 이 책을 볼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그 아들들은 볼 수도 있다.

사진과 글의 내용이 무관한 경우라도 섭섭한 마음을 나에게 표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그들의 불편함을 제거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같이 사니까.

출판사는 마지막에 삭제된 이런 저런 글과 사진들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말 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길은 소설 《구례》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내 한계를 깨달았다. 그러나 한 마을에 대한 내 마음이 가장 깊숙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글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소진되어 지쳐있다.

 

 

 

 

 

 

 

오후에 필자 분량의 책이 도착했다.

보호 랩을 벗기고 책을 풀었다. 필자로서는 감사한 책이다.

몇 권 책을 출간했지만 비교적 다양한 방식이었던 것 같다.

책에서 만든 이들의 노고에 대한 인사를 하지 않았다. 나는 이상하게 그런 것을 잘 못하겠더라.

도서출판 우드스톡 박정우 대표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편집자 배정옥 선생님과 디자이너 권영찬 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일단 글로 전하고 싶다.

필자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럽고 과분한 결과물이다. 뒤에 구례에서 불 한 번 피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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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구입하실 수 없습니다. 서점에 가셔서 박스세트 찾지 마세요.

권 / 왜?

출 / 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은 반품을 감안해야 하는데 한 번 나갔다가 들어오면

박스가 다 상하기 때문에... 그래서 사은품이나 굿즈는 다 온라인 위주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은 마을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4월 12일부터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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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다른 곳에서 일 년 정도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 조차 다시 돌아 올 곳은 구례라는 전제에서 하는 생각이다.

내가 더 이상 거처를 옮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곳. 구례.

새 작업장 내 책상 앞에는 오미동 살구나무를 중심으로 한 사진이 한 장 붙어 있다.

내 방의 유일한 장식이자 나를 위한 첫 인화이기도 했다.

 

시간의 경계를 넘나든 터미네이터는 항상 돌아왔고 인간의 경계를 넘나든 고라니는 돌아갈 수 없었다.

터미네이터가 돌아와서 기뻤고 고라니가 산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슬펐다.

나는 항상 경계선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경계선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못한다.

또는 나의 서식지를 찾지 못해서 항상 경계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구례에서.

 

처음으로 나의 경계선을 긋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단순한 안락함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쩌면 나의 의지로만 결정한 노동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가늠했다.

내일은 생각했지만 미래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는 자각도 생겼다.

목표라거나 목적 같은 것이 있는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을 마련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11년 동안 구례를 여행한 결론이기도 하다.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이었다.

이제 여행을 끝내고 싶다.

여행의 마지막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행, 집으로 가다》 에필로그 중에서

 

나는 구례에 살면서 구례로 돌아갈 궁리를 하는 구례주의자다.

 

 

 

 

 

 

 

fourd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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