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시무식

마을이장 2018.01.09 14:59 조회 수 : 1897

 

 

 

오래간만입니다. 2018년이 되었습니다.

제 앞의 탁상 달력은 지난 12월부터 새 달력으로 바꾸었습니다.

 

 

 

 

 

 

 

나이 하나 더 먹었습니다. 저는 쉰여섯이 됩니다. 지천명(知天命)은 오래 전에 지났는데

여전히 같은 실수를 처음 하는 실수인 척 반복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워낙 개선되지 않으니 제발 철 좀 들라고 생긴 말이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하는 소리들입니다. 최근 드는 생각은 인간은 사춘기를 정점으로 점점 몸과 마음과 정신이

타 생명체에게 악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건사고의 대부분은 이른바 어른 또는 노인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희망이랄까 뭐 그런 것은 하납니다. 착한 노인이 되자.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추해지는 속도라도 지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겠습니다.

 

 

 

 

 

 

 

1월 3일 자정 무렵에 뭔 책 작업 원고를 납품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9월 8일 집수리

노가다를 시작으로 4개월 동안 절반으로 나누어 노가다와 책상물림으로 나름 빠듯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몸이 힘듭니다. 몇 개월을 집중하는 일이 이제 많이 힘듭니다.

글을 쓰면서 이빨을 앙다물고 있는 저를 가끔 느꼈습니다. 오늘 치과 다녀왔습니다.

어금니 한 분은 아무래도 보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책 한 권에 이빨 하나씩 보내면

앞으로는 계약금 받으면 임플란트 비용으로 100씩 재껴두는 것이 부과세 납부처럼 준비하는

노후가 될 것 같습니다.

 

 

 

 

 

 

 

원고 끝나자마자 부산 다녀오고 아궁이 좀 수리하고 멍하고 어쩌고 하니 무려 1월 9일입니다.

오늘은 눈이 오네요. 하동 치과에서 광의면 작업장까지 한 시간 거리를 북상 했는데

남쪽은 맑고 구례는 눈인데 읍내는 그쳤고 광의면부터는 눈이 여전하네요. 순간 내리는 눈이

제법 펑펑해서 사진 건져서 지리산닷컴 시무식 하자고 카메라를 열었는데 밧데리가 방전이네요.

20분 충전해서 작업장 반경 10m 안에서 오늘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컴퓨터에 다시 사진폴더 제목 2018을 만들었습니다.

제일 최근에 찍은 사진이 지난 12월 12일이더군요. 밧데리 방전될 만 합니다.

금년에는 지난 몇 년 보다는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책 작업하면서 지난 11년 동안의 글과 사진 전부를 일별한 것 같은데 주민분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시고 어떤 글을 피곤해 하셨는지 이제야 보이더군요.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던 글은 오늘 같은 글이더군요.

그래서 가급이면 의무방어전 같은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지 혼자 의무방어하고 오버를 한 것이지요.

 

 

 

 

 

 

 

계획이라는 것이 무망하나 드문드문 고민 끝에 다시 월간 <노력>을 금년에는 진행, 마감해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일단 그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마감하면

다행이라는 자체 능력 평가를 끝내었습니다. 11년 동안의 행적으로 되돌아보며 제 마음 속에

오미동이 아주 많이 자리하고 있다는 확인을 했습니다. 금년에는 몸은 광의면에 있지만

<노력> 인터뷰를 위해 자주 오미동에 머물러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사진 3장을 합성해서 저를 위해 인화 주문도 했습니다. 오미동 전경 사진입니다.

이제 오미동 제 공간은 없으니 <산에사네>에서 주로 인터뷰를 진행하겠지요.

계획은 그러합니다. 아, <산에사네> 형과 형수도 모르고 있군요.

 

 

 

 

 

 

 

그 다음으로는 단순히 돈을 좀 벌어야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 계획입니다.

뭔 일을 해서 벌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옮겨 다니고 수리하는 일이 힘듭니다.

그래서 집들을 마련하는 것이겠지요. 쉽지 않은 실행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니

고무적인 일이라고 자평합니다. 디자인이나 책 팔아서는 힘든 일이고 뭔가 신묘한 꼼수를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정직한 노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고 브로커 계통인데 뭐가 있지…

 

 

 

 

 

 

 

이러나저러나 같이 늙어가는 지리산닷컴 주민여러분.

흥하건 망하건 지리산닷컴은 이제 온라인 노포로 그냥 그 자리에서 금년 1년도 계속 간다는

말씀을 드리며 여정 중에 난데없이 오프라인에서 모이자거나 하는 제안을 드리더라도,

‘저 인간이 또 저러네’ 하시면서 그냥 추임새만 넣어주시는 2018년이면 좋겠습니다.

치아관리에 주의하시는 일상과 아프지 않는 한 해이기를 기원합니다.

 

 

 

 

 

 

 

눈은 그쳤습니다.

곧 LP 600장과 CD 2000장 팔러 돌아오겠습니다.

음악다방 개업하실 분 없나요?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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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청 추웠던 며칠 동안 중 1월 12일.

 

 

 

겨울 산이 좋은 것은 느닷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리산은 그렇다.

눈 내린 지리산은 느닷없이 아득해 보인다.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것은 동해를 여행하다가 벽처럼 다가오는 바다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사람의 마을은 초라해 보이거나 겸손해 보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나 원래 이런 놈인데 너희들은 뭐냐?”

 

 

 

 

 

 

 

하루 전, 큰 도시를 다녀왔고 목요일부터 대한민국 전체가 얼어붙었다.

당일이지만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시골의 태세는 긴장감이 흐른다.

노출된 수도와 배관 등이 아무래도 많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늦은 밤 구례에 도착했기에 산의 상황은 알 수 없었다. 쨍 하고 추운 날이지만 만약

아침에 하늘이 열린다면 노고단의 모습이 어떠할 것인지 기대를 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금요일 아침 출근길은 빙판길이라 아슬아슬했고 나는 카메라를 열지 않았다.

아침 빛 상황은 좋았고 노고단은 심지어 구름까지 적당하게 배치된 그림이었지만

단지 차 안에서 그 모습을 즐겼다. 아침이나 해질 무렵 노고단을 바라보아야 산의 골기가

명확하다. 한낮 빛에서는 입체감이 약하다. 따라서 아침의 게으름으로 건질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을 놓쳤지만 점심 약속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납작한 빛’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도 담아 두고 싶어서 위치 이동을 하면서 계속 같은 곳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일상적으로 빛나지 않던 것들,

평범했던 어느 길모퉁이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 일 년에 꼭 한 번은 있다.

364일 동안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장소에서 1년에 단 하루, 그것도 내가 그 순간

그곳을 지나쳐 간다면, 더구나 내 마음이 그 프레임을 볼 수 있다면,

그 순간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잘못한 것이고,

당신은 무조건 소중한 것이다.

물론,

우리들 사람에게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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