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게으른 가을 풍경 몇 컷

마을이장 2016.11.14 14:20 조회 수 : 2164

 

 

 

 

 

잘 지내시는지요.

저도 그냥 그렇게 숨 쉬고 밥 먹고 약간 무료하게 살고 있습니다.

 

 

 

 

 

 

 

 

 

가을 모습 몇 장 건지러 자리를 비우고 싶은 몇 번의 날이 있었지만

역시나 그냥 화개로 출근하고 웅크리고 아래층에서 밥이나 하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호모루덴스> 앞과 뒤를 돌아보며 찍은 사진 몇 장이

이 가을에 대한 제 기록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루덴스 마당에서 담배 피면서 바라보는 이 나무의 색과 건너편 산등성이 초록에

멍하게 눈을 던져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해 가을보다 이 길의 벚나무 단풍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가을에 비가 많아도 너무 뜨거웠던 지난여름을 나무는 그대로 자기 몸으로 출력했습니다.

이미 ‘꼬실부렀습니다.’

 

 

 

 

 

 

 

 

 

일요일 오후,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들이 불편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카페 사장이 손님이 몰리면 불편해 하는 것은 일종의 직업병이겠지요.

이곳에 자리해서 ‘물장사’를 하는 동안 자주 느끼는 것은 몰릴 때 몰리는 방문 패턴입니다.

도망치듯이 범왕 방면으로 차를 몰고 올라갔습니다.

 

 

 

 

 

 

 

 

 

밖에서 30분 정도 방황하다가 카페 사장은 다시 카페로 돌아갔습니다.

 

 

 

 

 

 

 

 

 

월요일 오늘. 비가 잔잔하게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봄부터 저 창으로 보이는 밖의 색을 바라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립니다.

어쩌면 저는 저 창을 통해서 시간을 헤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년 가을에는 저 창으로 저 색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혼자 생각을 합니다.

 

 

 

 

 

 

 

 

 

비가 오면 윤기 없던 나뭇잎에 그나마 핏기가 돕니다.

출근하고 난 후의 모습이고 출근하기 전에 화엄사 길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K형의 보제루 사진전 마지막 날이었던 일요일 오후에 그냥 잠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 가도 제가 할 일은 없습니다. 그냥 낚시터를 지키는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냥 그렇게 내려옵니다. 흐렸고 색이 짙어서 비가 예보된 ‘내일’ 색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출근 길 전에 20분 정도 화엄사 길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왜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 동안 화개에 앉아 있습니다.

음식을 하거나 청소를 합니다. 간혹 요청받은 작업을 합니다.

 

 

 

 

 

 

 

 

 

짐작하건데 지리산닷컴 주민들 중 화개로 방문한 70%는 그냥 그렇게 우연히 저를 보거나

여하튼 ‘아닌 척’ 하고 앉아 계시다가 떠나시는 듯합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이면 아는 채 하시고 보이지 않으시면 찾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보자고 만든 공간입니다.

 

 

 

 

 

 

 

 

 

겨울 동안 ‘루덴스 이후’ 공간을 물색해야 합니다.

부동산적 이동이 느린 지역이니 1년 후는 지금부터 알아보아야 합니다.

집과 작업 공간 모두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눌러 있던 공간이 좀 지루해졌습니다.

물론 여의치 않으면 그대로 머물러야 할 것입니다.

항상 ‘우연히’ 공간을 점유해 왔던 것 같습니다.

 

 

 

 

 

 

 

 

 

사이트 작업 하나 끝내면 더 이상의 일을 받지 않고 <노력>에 노력할 생각입니다.

작업이 ‘습관’이 되는 상황까지는 자리를 잡아야 하겠지요.

 

 

 

 

 

 

 

 

 

잠시 이 길을 혼자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년 남자가 이 아침에 할 일은 아닙니다.

 

 

 

 

 

 

 

 

 

역시 어느 아침의 어떤 색은 단지 그렇게 기록될 뿐입니다.

 

 

 

 

 

 

 

 

 

아무리 뜯어고쳐도 길은 제 각각 길의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화엄사 길에서 저는 항상 그것을 느낍니다.

 

 

 

 

 

 

 

 

 

요즘 즐겨보는 미드 <웨스트 월드>에서 흑인 창녀 로봇이 말합니다.

부질없다고.

근원 없는 기억만 이식받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깨우침의 절정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절박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아직 영화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느낌적 느낌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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