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펀드 2013」이 해를 넘겼다.
2014년 1월 6일에 마지막, 여섯 번째 배당이 발송되었다.
금요일 발송 두 분을 제외하고. 우선은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 말씀을 드려야 할 것이다.











제품 구성 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원래 구상은 매실청(더 이상 설탕물이라 부르지 않으리)과 무얼까?의 콩 그리고
다른 무엇인가를 추가해야했다. 2013년 펀드의 마지막은 김장이었다. 뭔가 있어 보였다.
2014년 배당의 마지막 폼이 도무지 각이 잡히지 않았다. 시각적으로도 부실하다.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야했다. 돈이 풍부하다면 그 일은 아주 쉽지만 막바지 펀드의
잔액은 그렇게 풍족한 쇼핑을 허락하지 않았다.











매실을 두 병 넣는 방안을 생각했다. 팔리지 않고 있으니.
그러나 여분이 334병이 되지는 않는다. 노을언니의 매실을 퍼 오는 방법을 고민했다.
하루 이틀 차이로 같은 방식, 같은 장독에 담았으니. 그러나 팔리지 않아서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모양과 그 구입비용이 적당치 않았다.











무얼까?의 콩을 청국장이 아닌 콩 500g 정도로 담고 보니 빈약해 보인다.
청국장으로 가공했다면 1kg 한 병 분량인데 역시 시각적으로 못하다.
남은 콩으로 청국장을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청국장 가공비용을 지불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포장에서부터 사람들이 조금 더 지칠 것이다. 돈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포기했다.
본질적으로는 펀드 막바지에 우리들은 제법 지친 것이다.
가급이면 사람들을 더 지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형님, 무 필요하시면 좀 가지고 가쇼.”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가 말을 걸어왔다.

“무청을 매운탕 집하고 계약 했는데 안 들고 가네.”
“와이?”
“무 밭에 와서 보고 그냥 웃고 가더라고요.”

매운탕 집은 장발의 무시래기를 당연히 원했다. 그러나 협동조합 팀의
이른바 유기농 무는 머리카락이 자라다 말았다. 우리 꽈 사람들 농사가 대략 그렇다.
무가 아닌 무청을 목적으로 지었던 농사는 그래서 대략 난감이다. 그냥 가지고 가란다.
더 추워지기 전에 무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팀 삼겹살 파티나 한 번 하시라고
30만 원을 생각했다. 30만 원에 고구마 사이즈의 무를 배당하면 괘안타.
박스를 열고 웃을 분들이 좀 계시겠지만. 좀 맵다. 12월 10일에 뽑았는데 시들까 싶어서
약간의 청을 남겨두었다. 발송 하루 전에 받아서 잘라 먹어보니 단단하고 아삭하다.
맛있는 무다.











계속 일손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한다. 돈 안 받는다고.
도대체가… 뭘 하자는 협동조합인지 이름이라도 알아야겠다 싶어 물었다.

“협동조합 이름이 뭐요?”
“이름이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 이름이 협동조합이라고?”
“이름이협동조합이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름이 없는거네!”

<이르미협동조합>이란다. 젠장. -,.- 요즘 자주 보는 팀이다. 이르미.
지리산 자락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으로 해롭지는 않다.











매실청, 콩, 무. 그래도 빈약하다. 다른 무엇인가를 필요로 했다.
겨울이라 농산물도 없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종옥이 형네에 전화를 했다.

“감말랭이 100kg 이상 있어요?”
“있어요. 머다게요.”
“형수, 그 집 포장은 500g이죠?”
“글죠.”
“얼맙니까?”
“오백그람 마넌.”
“안 되는데… 300g 포장 됩니까?”
“… 삼촌, 일단 와 보세요.”

형수님은 고맙게도 개별 포장까지 완료한 300g 감말랭이를 만들어 주셨다.
휴~ 개별 포장하는 수고가 사라졌다. 우리가 했다면 위생비닐에 넣을 것인데.
두 가지 당부를 하셨다.

“설탕 넣었냐고 묻지마이. 당연히 안 넣었슨게. 원래 말리면 당도가 올라가!”
“색깔 더럽다는 말들 하지마이. 유황 작업 안 헌게 색이 안 이삐.”

감 하나를 네 조각낸다. 감말랭이는 이른바 B품으로 만들지만 헐값일 수 없는 이유는
쪼그라든 사이즈보다 훨씬 많은 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겨울하고도 구색이 맞다.
양만 많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그거야 자금이…
전반적으로 제품 구성에서 약간 모양이 나온다.











1월 4일 토요일 아침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택배가 도착했다.
마지막 배당 구성은 사진이다. 구례의 사계절을 15장의 사진으로 선별했다.
3월과 4월, 6월을 2장씩 배치했다. 5*7(12.7cm X 17.7cm) 사이즈다.
이 문제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사진을 배당해도 되는 것일까? 인화를 한다면 사이즈는? 이러나저러나 욕먹지 않을까?
인화 사이즈에 대해서 주변의 의견을 물었다. 주로는 여성들에게.
처음에는 A3 사이즈를, 그 다음은 A4 사이즈를 고민했지만 최근 5곱하기7 사이즈의
작은 액자가 많고 가급이면 여러 장의 사진을 전달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취했다.
개인적으로는 A3 정도의 시원한 사이즈를 좋아하지만 ‘부담스럽거나 난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기에 엽서 사이즈와 거의 일치하는 5*7사이즈로 최종 결정.
엽서 인화, 앨범 방식, 달력 제작 등을 고민했지만 제작비용의 한계로 포기했다.
인화와 인쇄 등의 견적 비교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예 새롭게 디자인한
카다로그 스타일도 고민했지만 이 역시 내가 디자인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사진을 제품구성으로 집어넣은 결정적인 또 다른 이유는 장부상의 액수와 현실의 잔고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사진, 매실청, 콩은 지리산닷컴이 공급자이기도 해서
다른 농산물을 구입할 자금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3종을 합산한 단가를 책정했다.
그렇게 결산을 위한 산수 맞추기가 가능했다. 2013년에 총 3천만 원의 금액 중 2백만 원
이상의 빵구가 났는데 1억 원을 가계부 기록하듯 입력해 나간 나의 자금 관리 능력이
여러분들의 기대 또는 상상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











1월 4일 토요일 매실청 판매 입금까지를 수입으로 잡고 최종 결산 작업을 했다.
하루에 한 병 정도 나가고 있는 매실판매까지 기다렸다가 결산을 한다면 아마도 꽃이 필 것이다.
배당안내문, 결산설명문, 결산장부까지 9면의 출력물을 만들었다.
일요일 오후에 일부는 월요일 발송을 위한 박스 작업을 했고 나는 대략 3,000장을
프린트하느라 기계 앞에 서서 토너가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고 서 있었다.
「맨땅에 펀드 2013」결산보고서는 마지막 택배 속에 동봉해서 날아갔다.
2014년에는 펀드를 단행본으로 출간하지 않을 계획이라 투자자들에게만 결산보고를 날렸다.
개략적인 내역은 동봉한 결산보고 설명서를 약간 인용한다.

펀드기금 / 100,000,000원
매출수입 / 8,606,000원
총지출 / 108,525,030원
누락 / 80,970원

항목별로 분류해서 대략적인 산수를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흐름과 비율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펀드배당 – 56,521,600원
인건비 – 30,732,000원
임대료·농자재·가공비 – 9,643,000원
택배·포장재 - 9,183,250
식대 – 676,310원

잠시 항목 설명 드리자면,
- 펀드 총액 1억 원 중에서 60% 정도는 배당으로 꼭 채우려고 했지만 좀 모자랍니다.
- 인건비가 총액 중 30%를 살짝 넘겼지만 8백 만 원 정도의 수익을 발생시켰으니 그
수익으로 충당했다고 이해를…
- 임대료·농자재·가공비 항목은 예상보다 지출이 많았습니다. 가공에서 오차가 있었고
임대료에서도 돌발적으로 발생한 항목이 있었습니다. 조금 아래에서 설명 드립니다.
- 택배는 최대한 몰아서 보내느라 6회가 발송되었는데 역시 물류비용이 무섭습니다.
- 식대는 제 생각으로는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

첨부한 세부 지출 내역 중에서 설명을 드려야 할 특이 또는 돌발 지출 항목들
- 3월과 4월 급여 대목에서 권산과 박과장이…











그리고 마지막 편지를 작성했다.


펀드를 종료하면서…

「맨땅에 펀드 2013」을 해를 넘겨 종료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몇 가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예정했던 것 보다 몇 가지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책임 운영자로서 8월과 9월에 지치고 게을렀던 점이 가장 마음 불편한 대목입니다.
투자자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펀드가 개인의 컨디션으로 인해 주춤거렸던 점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꾸지람 받을 준비 되어 있습니다. 보상해 드릴 방안은 없으니 이 역시
뻔뻔한 노릇입니다.
2년 차 펀드는 솔직히 첫 해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첫 해 일백 명으로 출발했지만
삼백삼십사 명으로 증가하면서 포장을 해도 꼭 그만큼 일이 늘어났습니다.
구례의 무농약 또는 친환경 농사 규모를 감안하면 실제 모든 농산물을 그렇게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정을 바꾸는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펀드를 운영하면서 직거래와 유기농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일반적 관점에 대해서
때로 회의적이었고 관행농과 공판장 시스템에 대해서 새로운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배움입니다. 항상 생각과 현실이 각축할 때 무엇인가를 배웁니다.
배움을 적용해서 새로운 실천을 하려니 그 또한 힘에 부치고 다른 벽을 만납니다.
전반적으로 가공에 조금 더 주력했지만 기대했던 수익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자체 기능과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역시 기대 수익과 거리가 먼 구상이었습니다.
그런 예상된, 또는 돌발적 힘겨움 속에서도 투자자 여러분들의 댓글과 메일은
이 일을 끝까지 완료할 수밖에 없는 큰 힘이었습니다. 같이 꾸는 꿈이었습니다.
사이트에서 다시 뵙고 자세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머리 숙입니다.

2014. 1. 6 지리산 자락 서편 구례 오미동에서 지리산닷컴











일요일 오후부터 박스 작업을 시작했다. 마지막 박스 작업이다.
월요일 아침에 연곡분교에서 두 분의 학부형이 내려와서 마지막 포장 작업을 도왔다.
월요일 하루 종일 작업하고 화요일에 발송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후 1시경에 끝이 났다.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우체국 수집차량이 왔다. 무얼까?의 트럭과 나누어 담았다.
마지막으로 삼백사십여 장의 주소를 붙이고 옮기고… 마지막 순간에 급속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정오 무렵부터 무얼까?는 완연하게 힘들어하는 기색이었다. 감기가 온 모양이다.
끝이 나는 모양이다. 2012년 마지막 김장전투 때에도 무얼까?는 임계점이 도달해 있었다.
우체국 통계로 대략 2013년에 펀드와 개별 판매 등으로 3,000천 건 가까운 박스 작업을 했다.
시원섭섭함은 없었다. 중간에 몇 장의 사진을 찍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우체국에서 최종 체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지막 입금을 하면 끝이다.
다시 택배영수증이 수북하게 쌓였다. 투자자들과 주민분들이 계시지만 2013년에도
펀드를 진행한다고 수고한 주변의 친구들이 많다.
연곡분교 학부형들은 포장 작업이 있을 때 자주 도움을 요청했다.
가까운 이웃 호호아씨와 악양댁은 거절을 모르는 친구들이다.
오미동 사무장 김현우 선수도 자주 우리 일을 도왔다.
토지우체국의 조규삼 선생, 작업 때 우리의 밥을 자주 책임 진 옥산식당과 어부의집.
홍순영 형님(가족들), 김종옥 형님(가족들), 운조루(가족들), 오미동 어르신들…
2013년 펀드에 등장한 모든 농부님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버선발로 달려오는 노을언니.
일탈과 무얼까?의 노고는 개인적으로 어찌 갚아야 할지.
돈을 지불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존재 자체가 빚을 안고 살아간다.
첫 해보다 힘들었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겠다.
일단은 깊은 잠을 자고 싶다.
인간은 왜 일을 벌이는 것일까?

* 목요일(1월 9일) 밤에 2014년 펀드 또는 지리산닷컴의 생각에 대해서 안내 말씀 올리겠습니다.



★ 그 사람의 마지막 감  http://www.jirisan.com/fund/72476 을 마지막으로 판매합니다.
    설 명절 아이템이지요. 이것은 저희 장터에서 판매를 하겠습니다.
    지리산닷컴 장터로 바로가기→

★ <자연의 뜰> 감말랭이 판매 가능한 양이 있어서 역시 판매합니다.
    <자연의 뜰> 사이트로 가셔서 좌측의 제품 메뉴 중 ‘과일가공식품’을 클릭하시면
   감말랭이가 나옵니다. 100kg 정도 판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연의 뜰 장터로 바로가기→

 

★ 오미동 청국장 판매합니다. 대략 1kg 백 개 정도 가능합니다.
    이것은 오미동닷컴 주문게시판에서 새로 등장한 오미동 사무장 님의 일감으로
    배당을 했습니다. 겨울 마을수입 증진에도 거시기 하고요.
    오미동닷컴 장터로 바로가기→
    그런데 청국장 주문은 아직 게시판 청소가 끝나지 않아서 화요일(1월 7일)
    정오부터 가동하겠습니다.

 

위 제품들은 묶음 배송이 힘듭니다. 제 각각의 생산자들이라.

 

* 매실은 거의 팔리지 않아서 종료했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불편하시더라도

  제 개인메일로 성함/전번/주소/주문량을 주세요. 한 병 12,000원입니다.

  펀드 종료했기에 감 등과 혼동되지 않도록 다른 계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4dr@naver.com

 

 

 

 

 

 

 

jirisan@jirisan.com



공지 지리산닷컴 사진사용에 관해 마을이장 2013.05.24 4243
» 2014-1-1 / 여섯 번째 배당 그리고 엔딩 크레딧 [125] 마을이장 2014.01.06 6785
77 2013-12-2 / 마지막 장터 [49] 마을이장 2013.12.24 4212
76 2013-12-1 / 쌀의 나날들 그리고 콩 팝니다 [50] 마을이장 2013.12.04 4236
75 2013-11-6 / 다섯 번째 배당과 쌀 판매 [57] 마을이장 2013.11.28 4575
74 2013-11-5 / 브로커 또는 화이트칼라 농부 [94] 마을이장 2013.11.23 4720
73 2013-11-4 / 펀드 브로커의 일상 [33] 마을이장 2013.11.17 3804
72 2013-11-3 / 네 번째 배당 이야기 [67] 마을이장 2013.11.07 3897
71 2013-11-2 / 축지 방앗간, 찰수수 그리고 홍순영 [22] 마을이장 2013.11.06 4769
70 2013-11-1 / 그 사람의 마지막 감 [46] 마을이장 2013.11.01 6332
69 2013-10-6 / 감, 안녕 [20] 마을이장 2013.10.28 3937
68 2013-10-5 / 김종옥과 김종옥 [17] 마을이장 2013.10.22 4415
67 2013-10-4 / 콩 그리고 어느 농부의 죽음 [31] 마을이장 2013.10.21 4555
66 2013-10-3 / 콩 그리고 대평댁 [76] 마을이장 2013.10.15 4518
65 2013-10-2 / 가을 들 그리고 홍순영 [26] 마을이장 2013.10.14 3615
64 2013-10-1 / 시골 살 만 해. 도시보다 돈 쓸 일도 없고 [37] 마을이장 2013.10.01 4701
63 2013-9-2 / 부득이한 유기농의 종말, 감은 없다 [65] 마을이장 2013.09.21 4931
62 2013-9-1 / 농부의 아버지는 농부다 - 스물다섯 살의 농부 홍기표 [40] 마을이장 2013.09.17 5285
61 2013-8-2 / 다시 홍순영 [23] 마을이장 2013.08.19 5505
60 2013-8-1 / 재시동을 위한 몸 풀기 [36] 마을이장 2013.08.16 3935
59 2013-7-7 / 1월~7월 결산보고와 마음의 소리 [61] 마을이장 2013.07.31 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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