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 / 마지막 장터

마을이장 2013.12.24 23:51 조회 수 : 4212



 

 

 





12월 22일 일요일 오전 10시.
온몸이 뻐근하다. 전날 몇 시간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불을 피운 탓인지 몸이 천근이다.
이 날에서야 매실을 건진다. 그리고 바로 담을 것이다.
K형, 노을, 일탈, 무얼까? 나. 오롯하게 모였다. 다행이 날은 좀 풀렸다.











6개월 정도 지났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까지 왔다.
매실을 씻던 아이는 군대에 갔고 계절은 겨울이다.
그날 매실 500kg을 담았다. 재료 등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이야기를 보시기를.











금년에 효소에 관한 직격탄은 ‘효소는 효소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찾아서 보기는 귀찮고 주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청취했다. 통상 재료1:설탕1 비율로
담그니 이것은 강력한 당도인 것은 분명하다. ‘효소는 효소가 아니다’는
이야기의 핵심은 ‘그 속에는 효소가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높은 당도 속에서 뭔 효소가 살아남겠는가. 발효되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매실효소라고 불리워졌던 것은 설탕에 매실 과육이 녹아든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청취하고 생각해 보니 그러하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매실효소와 모든 1:1 효소는 사람 몸에 해롭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소화가 되지 않으면 매실을 뜨거운 물에
녹혀서 먹고 겉절이를 할 때에는 매실효소를 넣는다. 나는 맛으로 먹는다.
전라도는 매실을 음식에 많이 사용한다. 라면도 먹고 봉다리 커피도 먹는데
매실설탕물이 그것보다 사람 몸에 나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기억이 맞다면 16개의 장독에 각 30kg의 매실과 30kg의 유기농 비정제 설탕을 넣었다.
나는 한 번도 들여다 보지 않았고 형과 형수가 몇 번을 뒤집어 주었다.

“비정제라 그런지 역시 빨리 녹들 안하네.”











장독을 번쩍 드는 일은 K형이 하고 나는 매실을 건지고 다른 이들은 담고 망치로
페트 병 뚜껑을 두드리고…











흰소리들을 나누면서 작업을 했다.
오후 3시에 끝이 날 것 같았던 작업은 일부 맴버들이 왔다갔가 하면서 지연되었다.
일탈이 잠시 쉬는 틈에 페트 병 박스 속으로 들어가서 바람을 잠시 피했다.
일탈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 해가 간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아주 가끔씩 「맨땅에 펀드」일을 하다보면 아득해 질 때가 있다.
그냥 아득해 지는 것. 걸어 온 길과 가야 할 길이 혼미해지고
이 일들이 영원히 끝이 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은 끝나기 마련이다.
어느듯 500개 정도의 900ml 매실설탕물 병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용기 문제로 여러 번의 문자가 왔었다.

무얼까? / 물병 방식, 간장병 방식?
나 / 알아서 하세요.
무얼까? / 간장병 방식으로 할게요. 그게 사용자가 편하고.
나 / 알아서 하세요.
무얼까? / 노란 뚜껑, 빨간 뚜껑?
나 / 쫌!











4시가 넘어가면서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노을 언니가 새참을 들고 나왔다. 호박죽이다. 동짓날이기도 했다.
아침에 한 번 동지팥죽을 먹었다. 점심은 마을회관으로 가서 역시 팥죽을 먹었다.
새참으로 호박죽이 나왔구나. 저녁에는 고기를 먹고 말겠어!











2013년 마지막 장터다.
매실설탕물은 500kg을 담았었고 시작부터 이 시기에 돈을 만져보자는 목적이었다.
펀드 사업 중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오늘 나머지 물건은 전부 ‘무얼까?의 생각’으로 지은 펀드 부지 텃밭에서 난 것들이다.
위 사진은 모두 같은 밭 상황이고 오늘 판매하는 '저주받은 걸작들'의 모습들이다.
들깨는 들기름으로, 옥수수는 옥수수가루로, 고추는 고춧가루로 마무리를 했다.
그 양이 형편없다. ‘무얼까?의 생각’은 농법으로 ‘태평농’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분명한 것은 태평농은 땅과 작물은
순리에 적응해서 태평하나 사람은 골병이 드는 농사 방법이다.
무얼까?는 ‘태평농 이영문’ 선생의 생각을 따른다. http://www.taepyeong.co.kr
펀드 부지 중 ‘윗밭’ 이삼백 평은 무경운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 표상이 위 사진의 절단 난 가위다.
이영문 선생의 태평농은 결국 나로 하여금 펀드 직영 농지를 없애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태평농은 태평농을 짓는 놈을 바라보는 놈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생각이다.
오늘 장터의 ‘짜잘한’ 몇 가지는 그 태평농의 결과물이다.











국산 들기름이 그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
가격 책정을 위해서 나는 항상 장터를 열기 전에 동일한 품목을 인터넷 세상에서
어떤 가격으로 판매하는지 살펴본다. 시장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이곳에서도 ‘기름집’에서 사 먹는 들기름은 일만 원 이내다. 금년 가격은 모르지만.
여튼 이 들기름은 ‘부부방앗간’에서 ‘짰다’. 대평댁 집안간 사람이 운영하는 방앗간이라
무얼까?는 이 방앗간을 주로 이용하는 모양이다. 나는 맞은 편 신용방앗간을 이용한다.
무엇이건 무얼까?와 나는 일치하는 것이 없다.
몇 년 전에 참깨 값이 뛰었던 해에 소주병 사이즈의 참기름을 만들기 위한 깨 값을
산출하고 가공비용을 두리니 놀랍게고 국산 참깨로 ‘짠’ 참기름은 오만 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 주로 가을이면 들깨를 기름으로 만들어 먹었다.
왜냐면 이만 원 짜리 ‘국산참기름’도 현지 참깨 값을 생각하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460ml 들기름 가격을 3만 원으로 정했다.
가을에 쓰러진 대평댁이 들깨를 털었다. 마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던 탓에
이를테면 대평댁의 금년 마지막 미션이었다.
들기름 다 팔렸습니다. 죄송합니다.












2013년에 무난했던 농사는 옥수수였을 것이다. 별로 손이 갈 일이 없었던 것이다.
작년 첫 펀드 당시에 받아 둔 종자를 심은 것이다. 강원도 찰옥수수 뭐 이런 것과
거리가 멀다. 작고 못생겼지만 단단한 알갱이들을 모아 두었다.
나는 옥수수를 좋아한다.
금년에는 옥수수를 많이 심었다.
나는 금년에 옥수수가 이상하게 땡기지 않았다.
다시 무얼까?의 원성이 있었지만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어쩌란 말인가.
장터에서 ‘뻥이야?’ 영감에게 들고 가서 튀밥으로 만들어 제품과 제품 사이 완충제를
겸해서 배당을 할 생각이었다. 여름부터 말려서 무얼까?가 손으로 모두 ‘까발린’ 옥수수다.
그러나 종반으로 오면서 그냥 ‘가루’로 만들어 팔자는 결론을 내렸다.
‘팔 수 있는 건 모두 내다 팔자’는 모토였다.
옥수수가루 역시 검색했지만 이것은 거의 없다. 국산옥수수가루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
간혹 보이는 것 또한 가격이 상상 이상이었다.
1kg 17,000원으로 책정했다. 빵 만드는 사람들이 유용할 것이다.
나는 스프를 한 번 끓여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색깔 차이일 뿐 맛은 같습니다.











고추농사는 절반을 뽑아야했다. 탄저병 기본에 역병이었다.
약을 하지 않고 노지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일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는 그렇게 잊었는데 무얼까?와 일탈은 살아남은 놈들을 조금씩 수확했다.
그것을 다목적 건조기에 말렸다. 귀한 고추다. 노지 무농약 고추다. 그리고 땡초다. 젠장.
내가 김장을 담았던 순영이 형의 그 고추 모종이다. 이 고춧가루로만 김치를 담으면
온 가족이 통곡을 벽을 거닐게 된다. 다른 고춧가루와 함께 사용하거나 음식에
조금 넣어 드실 것을 권한다. 무려 7kg이 나왔다. 젠장2. 12,000원 책정했다.
고춧가루 다 팔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며칠 만에 저녁밥상을 차렸다. 최근에는 계속 밖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밥’은 항상 최고의 밥상이다. 밖에서 아무리 진수성찬을 만나도 집밥이 왕이다.
그 매운 고춧가루로 만든 김치와 무얼까?의 엄니가 만든 된장에 박은 장아찌와
지리산닷컴 주민분이 보내 주신 김, 들기름 올린 간장으로 밥을 먹는다. 여기에 국과 밥이 올려졌다.

무얼까?와 가격에 대한 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교환한다.
농약을 뿌리지 않았으니 농약 값이 들지 않았고 당연히 가격은 더 저렴해야 한다,
농약을 하지 않았으니 면적당 수확량이 턱없으니 유기농이 더 비싼 것이 맞다,
……
가을은 풍족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곡식과 과일과 이런저런 먹을 것을 쌓아 놓고 있다.
주변에서 나누어 준 것이다. 지역 탐관오리의 곳간은 풍성하다.
그리고 최근에 밥을 자주 해 먹지 않았다. 지나치게 풍족하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때로 풍족함은 자체로 죄악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풍족함은 누군가의 빈한함에 대한 상대적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 장터를 열면서 찬물 같은 소리는 왜 하는 것인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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