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토요일 오전. 정미소 영감은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거의 10시가 되어서야 창고로 도착했다. 쌀 마흔 가마니 정도를 싣고 이동했다.
나락 한 가마니는 대략 40kg 정도. 나는 나락 가마니 옮기는 일이 제일 싫다.
농부는 이 순간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 류정수. 나오기만 해봐라.
2012년 11월 말에도 우리는 이 정미소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때는 박 과장이 있었다. 경운기 사고가 나고 정신을 차려야 할 시기였다.
토지 정미소 앞에 서면 그 날이 생각난다.











금년에는 박 과장이 없다. 나쁜 놈.
그러나 이상한 놈은 역시 삽질 중이다. 쌀 가마니를 풀어 놓고 구멍으로 몰아 넣고 있는 중이다.
정미소 영감은 오늘도 느긋하게 기계를 돌렸고 나는 마음이 급하다. 쌀이 나오면 20kg으로
담을 것이고 이것을 옮기고 다시 주문에 맞게 포장을 나누어야 한다.
나는 사진을 찍고 있고 착한 놈 역할이다.
정미소에서는 삼인일조가 좋다. 한 명은 삽질, 한 명은 왕겨를 담고 한 명은 죽정이와 포장재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











토요일 작업은 오미동 사무장 파도리 총각이 참여했다. 파도리 총각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2년 12월 2일, 김장전투의 가파른 어느 밤이었다. 그때 그는 장발이었고 재빨랐다.
지금 그는 빡빡이고 정신 줄을 놓고 있다.











밤이 되었지만 조선 사람들은 시작한 일을 끝내려는 경향성이 강하다. 젠장.
이는 보통 다음 날이 편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다음 날도 일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젠장.











12월 3일 화요일. 하루 전에 첫 발송을 했다. 생각보다 쌀이 빨리 빠져나간다.
남은 쌀을 모두 도정하기로 했다. 쌀 가마니를 옮기는 일은 괴로우니까 한 번에
남은 것을 모두 옮기고 끝장을 보기로 했다. 그래서 화요일 발송은 없는 것으로 했다.
아침 9시에 정미소 영감을 창고에서 기다렸다. 영감은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전화를 했다. 늦는단다. 얼마나? 오후 1시에 오겠다고라! 젠장!
점심 전에 도정 끝내고 오후에 포장하려고 했는데. 젠장. 내려가서 포장이나 하자.
파도리 총각은 그러면 놉으로 참여할 수 없다. 팩토리로 내려가서 포장하고 점심 먹는데
전화가 온다. 정미소 영감이다. 시방 몇 시여? 12시 25분. 1시에 온다고 했잖아!
밥 먹는 중인데. 젠장. 모르겠다. 밥 먹고 커피도 한 잔 따리고 올라가자.
오십 가마니 정도를 두 개의 트럭에 나누어 옮겼다.











힘 좋은 인력을 필요로 했다. 삼인일조를 구성해야 하기도 했고.
‘탐나는 몸을 가진 이 군’을 처음으로 청했다. 귀촌 1년이 되지 않았다.
해발 180cm 정도 되어 보이고 110근이 넘어 보이는 몸집의 서른넷 청년이다.
보라! 20kg 쌀을 가볍게, 마치 내가 10kg 쌀 포대를 드는 듯 한 날렵한 움직임으로
옮기는 저 알흠다운 자태를. 이런 인력을 얼마나 학수고대해 왔던가.
그는 2012년 여름인가 느닷없이 오미동으로 나를 찾아 왔었다. 내가 쓴 어떤 책을 보았고
구례로 귀농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 미친 사람은 가끔 있었지만 빨리 돌려 보내는 것이
상책이라 옥산식당으로 가서 짜장면 한 그릇으로 마음을 달래어 주고 서울로 보내었다.
금년 봄 어느 날, 읍내 축협 하나로마트 주차장에서 얼굴이 살짝 탄 이 청년을 다시 만났다.
내려왔단다. 구례로. 젠장. 뭐 이런… 그렇다. 내려 올 사람은 그냥 내려온다.
정오 지나 두어 군데 수배한 남자 인력들이 모두 일정이 있어 나를 거부했을 때,
나는 ‘탐나는 몸을 가진 이 군’을 부를 때가 되었다는 결정을 내렸다.
원래 그는 2014년에 등장하는 것이 캐릭터 구성 상 적절했다. 그러나 등장인물 예고편 정도는 뭐…
나는 20kg 쌀 포대 하나를 양손으로 안고 낑낑 옮겼고 ‘탐나는 몸을 가진 이 군’은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옮겼다. 젠장. 쌀은 수요일에 다시 발송할 것이다. 화요일 밤 9시까지
입금하신 분들은 모두 발송할 것이다.











10월 27일에 마지막으로 남은 모든 콩 수확을 끝내었다.
익는 순서대로 수확했기에 수확 자체에 2주일 정도 걸렸다. 지루했었다.
대평댁 와병설이 나돌던 시기였고 주로 왕 어르신이 놉으로 초빙되었다.
문제는 수확한 다음이다. 콩을 닦달하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는 대단히 서툴다.
그리고 우리는 엄니들의 논두렁 콩 수준이 아니라 양이 많다. 엄니들은 통상
한 가마니 정도지만 우리는 그 열배 이상이다.











콩은 베면 말려야 한다. 통상 좋은 볕에서 최소 3일 정도 말리고 ‘턴다’.
이번에는 대부분 기계로 털었다. 기술센터에서 타막기를 빌려와서 기계로 털었다.
첫 날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얼까?와 일탈이 털었다. 나는 당시 계속 밖으로 날아다녔던 탓에
그 시절 사진은 없다. 그렇게 기계가 콩을 털고 나면 끝인가? 아니다, 그 다음 사람의 일이
더 많다. 기계는 거칠게 콩을 털어 주었을 뿐이고 바닥에 떨어진 콩과 기계가 턴 콩을 사람이
다시 몸으로 턴다. 그 시간들이 몸과 마음으로 힘들고 지루하다. 무얼까?와 같이 산다는
이유로 그 일을 계속 해야 했던 일탈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 일들은 ‘놉’과는 다른 차원의 노가다였다.
그리고 거칠게 털어진 콩을 들고 기술센터로 가서 선별기에 넣고 구분을 했다.
대략 500kg 정도의 콩이 나왔다. 이 대목도 전화로 이야기를 들었기에 나는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별기가 선별한 콩을 다시 사람이 선별한다고 했다. 무얼까?가. 젠장.
그래서 11월 초부터 거의 한 달 동안 일탈은 다시 틈만 나면 콩을 잡고 씨름을 했다.
그래서 종종 사람을 동원해서 콩씨름에 투입했다. 연곡부교 학부형들이 투입된 날의 모습이다.
굉장히 성실하지만 탐나는 인력들은 아니다. 검은 조끼 페딩의 예진이 엄마는 거의 명품 콩을
선별하는 자세로, 다른 사람 속도의 20% 속도로 작업을 했다. 트리플 A형은 이런 작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박 과장이 없는 지금이 이런 경우는 다행이다.











12월 1일 일요일 밤. 남자들의 쌀 포장 작업이 끝나고, 연곡분교 학부형들이 사다 준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지리산닷컴 피붙이들이 앉았다. 콩이 두 가마니 절반 정도 남은
이 밤에 결단코 이 지긋지긋한 콩 선별 작업을 끝장내자는 결의를 드높였다.
자정까지는 끝장을 보자!











작업을 끝낸 콩들이다. 가마니 하나가 채워지면 허리를 한 번 편다.
내년에는 직영농지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니 콩 농사도 없다. 콩 농사는 비교적 수월하지만
콩을 갈무리 하는 일이 힘들다. 수확량 자체는 우리로서는 풍년이다. ‘우리’라는 표현은,
땅에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작물에도 비료나 퇴비를 하지 않은 ‘맨땅에 콩’을 뜻하는 것이다.











‘맨땅에 콩’은 두말할 필요 없이 ‘무얼까?의 콩’이다.
무얼까?의 콩은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균등한 사이즈와 상처 하나 없는 잘 생긴 콩이 아니다.
상인들의 눈으로 선별했다면 200kg 정도 나왔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470kg 정도 나왔다.
240kg 정도는 청국장으로 가공할 것이다. 펀드 투자자들에게 1kg 통에 하나씩 배당될 것이고
140개 정도는 이곳에서 판매를 할 것이다. 남은 콩 중에서 200kg 정도를 판매할 것이다.
생콩으로 판매할 것이다. 메주를 많이 고민했지만 시기도 조금 늦고 산수가 맞지 않았다.
가공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또 스태프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결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생콩으로 결정했다. 30kg 정도는 스태프들이 나눌 것이다. 종자용으로도 보관을 할 것이고.
직접 농사지은 것을 메주로 가공하는 일까지는 가보긴 해야 할 것이다.











오늘(화요일) 무얼까?의 엄니가 콩을 삶았는데 ‘이것은 내 인생의 콩’ 이라는 속보를 전해왔다.
우리 콩은 상처 나고 얼룩진 것이 40%에 육박하지만 그 맛은 초절정이라고 한다.
여러분들에게 판매할 콩은 사진의 모습 그대로다. 못 생긴 콩이다. 시장에서는 외면할 모습이다.
다시 반복한다. 여러분들에게 판매할 콩은 위 사진의 모습 그대로다. 선별한 것이다.
좀 상처 나고 얼룩진 것들도 모두 먹어야 한다는 결정은 당연한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콩의 품질에 대해서 자신한다. 그래서 시중의 잘 생긴 큰 콩들과 같은 가격을 받을 것이다.











탈락한 콩들은 이렇게 생겼다. 심하게 상처나고 곰팡이 기미가 보이는 것들을 제외했다.
한 번 삶아서 가축들의 사료로 사용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사라지고 나서 무얼까?는 다시
저 콩들을 선별할 가능성이 높다. ‘이걸 왜 버려!’ 하면서.











노을언니가 빛의 속도로 콩을 골아나갔다. 우리 4명이 한 가마니를 작업하는 동안 노을언니
혼자서 한 가마니를 작업했다. 노을언니의 손이 그 속도를 보장하는 이력이다.
이 콩은, 가장「맨땅에 펀드」스러운 농작물이다. 파종에서 선별까지 가장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했고 가장 미련스럽고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임한 농사의 결과물이다.
화학이고 친환경이고 지랄이고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땅 자체의 힘으로,
사람이 풀을 잡고,
사람이 새를 째려보고,
사람이 콩밭에서 싸우는 수캐들을 쫓아내면서 키운 콩이다.
이 콩은 무얼까?와 일탈, 대평댁과 지정댁, 운암댁과 많은 댁들 그리고 왕 샌의 땀이
고체로 변한 노란 색의 작은 알갱이다. 그 알갱이는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최고의 콩이다.
이 콩의 여행은 아래 사진으로 정리한다.











1kg에 8천 원을 받을 생각이다. (4일 새벽에 읽으신 분들은 1만원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것은 '되''kg'대한 나와 무얼까?의 서로 다른 기준 때문이었다. -,.-) 택배비는 별도다.

총량 200kg 한정 판매다. 수익금은 부족한 펀드 기금에 더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시중의 잘 생긴 콩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콩을 주문하시면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못 난 콩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콩이라고 생각한다.

콩 완판! 감사합니다. 꾸벅.

 

 

그리고 물론 쌀도 계속 판매중입니다.

 

쌀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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