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오미동으로서도 거의 마지막 벼 베기다.











하루 전에 다른 세 단지의 논은 수확을 끝내었다.
코앞에 있는데 수확하는 것을 몰랐다.
이 마을에 살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겨울로 가는 첫 풍경.
들판을 비우는 일.











오후에 콤바인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었고 바람 찬 들판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역시 거의 마지막 코스모스. 코스모스가 눕는 방향이 계절의 방향이다. 서풍이 분다.











그녀는 마음을 추스르거나 전투를 준비하고 있거나.
논 주인이 논을 베는데 오지 않고 있다.
그 농부가 누군가?











멀리 그가 보인다.
멀리서 봐도 그는 해맑다.











태평농법의 대가 류정수 농부.
그는 사람들이 바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어차피 들판은 비워질 것이기에.











양교 형님이 베고 류정수는 감독한다?
나는 지난 1년 가까이, 작년 펀드 고구마경운기 추돌사고의 흔적인
저 절룩이는 다리가 시각적으로 불편했다.
다리에 박은 철심을 뽑아야 한다.

“언제 수술 할껀데?”
“벼 베고.”











우리의 부녀회장 이춘자 누님이 부글부글했던 것은 입구와 모서리 벼를
미리 베지 않았기 때문이다. 콤바인이 들어가면서 벼를 깔아뭉개기 때문에
입구와 가장 자리는 사람이 벤다.

“아, 지금 베면 되지.”

역시 주변만 속을 태우고 류정수 농부는 마음이 평온하다.

그로부터 대략 한 달이 지났다.
「맨땅에 펀드」다섯 번째 배당은 곡물류다. 홍순영의 수수 1kg, 백미 3kg, 류정수의 현미 2kg.
언제나처럼 박스에 넣을 안내문을 작성했다.











안녕하십니까, 지리산닷컴입니다.

1. 홍순영의 오매가3 백미
광의면 농부 홍순영은 쌀에서 오메가-3가 검출됩니다. 오메가-3는 불포화 지방산이며
필수 지방산입니다. 통상은 어디에 좋다, 거시기에 좋다는 등의 말들을 합니다.
바다에 사는 등푸른 생선들에서 주로 검출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저는 농부 홍순영에게 물었습니다. “쌀을 도정하고 고등어에 굴린 것이 아니냐?”
아니라고 합니다. 홍순영은 스스로 산과 들에서 난 잡초들을 ‘탄화기’ 라는 증류 방식
추출기를 통해 일종의 천연 농약과 영양제를 만드는 농부입니다.
그의 농지는 자가 제조 퇴비를 항상 투여하고 수확한 이후 33%의 밀짚이나 볏짚을
땅으로 되돌려 주는 농법을 구사합니다. 그렇게 10년이 훨씬 넘게 농사를 짓다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메가-3가 쌀에서 검출된 것입니다. 통상 구입해서 먹는 쌀보다
비쌉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메가-3고 뭐고 간에 ‘쌀이 맛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구매하시고 싶은 분들은 홍순영의 사이트에서 주문하시면 됩니다.
www.ecosoon.com

2. 홍순영의 찰수수
지난 가을 어느 날, 방송을 통해서 이른바 ‘회춘식재료’ 라는 것이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때 등장한 식재료 중 하나가 ‘동안메’라는 것입니다. 수수의 새로운 품종입니다.
그때 언론 보도된 것을 약간 인용하면, <농진청 기능성작물부는 기존 수수보다 항산화 활성이
1.5∼2.5배 높은 새품종 메수수 ‘동안메’를 개발해 식물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 어쩌구 저쩌구 …농촌진흥청은 구례군청과 함께 구례 지역에 ‘동안메’ 재배단지를 조성했으며,
민간업체에 가공기술을 이전했다…>
그 민간업체가 농부 홍순영입니다. 오늘 보내드리는 것은 메수수가 아닌 찰수수입니다.
밥에 잡곡으로 넣어 드시라고 찰수수로 정했습니다. 메수수는 국수 등의 가공품으로
주로 소용됩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수수를 재배하다보니 가공이 좀 낯섭니다.
끝나고 보니 ‘너무 많이 깎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껍질만 약간 도정하면 되는데
쌀 가공하듯이 여러 번 깎은 것이지요. 쌀과 같이 물에 좀 담궈 뒀다가 현미나 보리를
넣어 드시듯 함께 밥을 해 보시면 아주 구수한 맛이 날 것입니다. 또는 프라이팬 약불에
천천히 볶아서 보리차처럼 끓여 드셔도 아주 구수합니다. 더 이상 구매하실 수는 없습니다.

3. 운조루 무농약 쌀
두 농부의 쌀을 준비하다보니 하나는 ‘현미’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헤아려보니 운조루 농지에 화학제제 투여가 중단된 것이 5년이 지났습니다.
농부가 약간 게으른 탓에 농지와 작물에 다른 짓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해는 맛있고 어떤 해는 맛이 없는데 금년은 ‘겁나게 맛있습니다’ 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호품’이라는 품종입니다. 품종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땅에 따라 다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벼멸구가 극성이었던 탓에 수확량이 저조했습니다. 쌀은 더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 사이트에서 판매할 예정입니다.











포장의 달인들이 되어 가는지 334박스의 물량을 3시간 만에 포장 완료했다.
최근에는 연곡분교 학부형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루 전인 27일, 수요일 오후부터
포장작업을 시작해서 4명의 남자가 일을 끝내었다. 개별 단위 포장을 모두 해서 우리에게
‘납품’을 한 상태라 담기만 하는 작업이어서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류정수 농부의 현미 2kg 포장이 역시 부실한 지퍼였다. -,.-
다음 날 점심까지 완료할 것이라 예정했는데 끝이 났다. 밥이라도 먹여야지.
먹고 싶다는 종목의 식당으로 가서 양껏 먹였다. 계산을 하려는데 이미 계산을 해버렸다.
누규? 연곡분교에서. 젠장. 뭘 어쩌란 거야?
그리고 목요일 아침에 우체국 택배차량이 세 번 왕복하면서 주말 배송 2건을 제외한
모든 박스를 떠나보냈다. 금요일에 모두 다섯 번째 배당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의 도움이 없다면 이 모든 일들은 훨씬 힘들 것이다.
점심 전에 택배 차를 떠나보내고 약간 나른하고 여유롭게 왕시루봉의 눈을 보면서
담배 연기를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정신없이 일을 끝내고 해질 무렵에야 컴 앞에 앉았다.
주소변경 요청 메일. 헉! 아침에 메일을 확인했다면…











이제 운조루 쌀 판매.
배당으로 보낸 쌀은 현미다. 홍순영 농부의 오메가3 쌀 맛도 보여드리고 싶었기에
그것을 백미로 결정했고 운조루 쌀은 현미로 보냈다. 많은 여성들은 혼합잡곡 밥을
선호하는 듯하고 많은 남성들은 하얀 쌀밥을 선호하는 듯하다. 나는 백미파다.
우선 맛을 봐야 팔든지 우짜든지.
읍내 하루의 밥집 ‘푸른물고기’가 운조루 쌀로 결정을 했다. 그곳에 가서 맛을 보기로 했다.
쌀을 건낸 그 날 저녁에 맛을 보기로 했지만 하루의 전화를 받았다.

“이장님, 애들이 밥을 다 퍼먹었어요. 어쩌죠…”

뭘 어째.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을 일이지. 다시 며칠이 지나고 사정사정해서
운조루 쌀 맛을 볼 수 있었다. 오뎅탕이 나왔다. 삼치 한 토막과 몇 가지 밑반찬.
하루의 밥집은 집에서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맛있다.
하루가 대략 300kg 정도의 쌀을 선점했다.

“식당에서 사용하기엔 좀 비싸지 않아?”
“맛있는 밥을 먹이고 싶습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그러니까 돈을…











조만간 육개장 한 번 끓여서 이밥에 고깃국으로 먹어야겠다.
햅쌀은 고깃국이 좋더라. 하루에게 특별 메뉴로 만들어 보라고 부드럽게 권할 생각이다.

가격과 기타 등등 모든 결정권이 나에게 주어졌다. 젠장.
정수는 다리 철심 뽑으러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또 내가 주문을 받아야 한다. 젠장2.
작년에 쌀을 완판했는데 이례적인 일이었다. 가을 햅쌀은 잘 팔리지 않는다.
고향에서 보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쌀 소비량이 줄었다. 작년 완판의 원인은?
1. 농부가 부상을 입었다는 다소 문학적인 상황
2. 가격을 확 내렸다.
나는 이 두 가지 이유로 본다. 그 중에서도 가격을 내렸다는 지점을 더 많이 본다.
유기농이라서 비싼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유기농은 내 주변에 없다. 석유를 사용한다면
원론적으로 유기농일 수 없다. 운조루 쌀이 내 세울 수 있는 강점은 화학제제를 투여하지
않은 상태의 5년차 농지라는 특성에 있다. 땅이 곡식을 만든다. 땅이 곡식이다.
땅이 죽어 있다면 곡식도 허우대만 멀쩡한 모양일 뿐이다. 고민 끝에 통상 무농약이나
유기농이라 주장하는 쌀들보다 가격을 낮추었다.


 

 

장터로 바로가서 주문하기

 

 

 

 

 

 

 

 

jirisan@jirisan.com

 

 

 

 

공지 지리산닷컴 사진사용에 관해 마을이장 2013.05.24 4243
78 2014-1-1 / 여섯 번째 배당 그리고 엔딩 크레딧 [125] 마을이장 2014.01.06 6785
77 2013-12-2 / 마지막 장터 [49] 마을이장 2013.12.24 4212
76 2013-12-1 / 쌀의 나날들 그리고 콩 팝니다 [50] 마을이장 2013.12.04 4236
» 2013-11-6 / 다섯 번째 배당과 쌀 판매 [57] 마을이장 2013.11.28 4575
74 2013-11-5 / 브로커 또는 화이트칼라 농부 [94] 마을이장 2013.11.23 4720
73 2013-11-4 / 펀드 브로커의 일상 [33] 마을이장 2013.11.17 3804
72 2013-11-3 / 네 번째 배당 이야기 [67] 마을이장 2013.11.07 3897
71 2013-11-2 / 축지 방앗간, 찰수수 그리고 홍순영 [22] 마을이장 2013.11.06 4769
70 2013-11-1 / 그 사람의 마지막 감 [46] 마을이장 2013.11.01 6332
69 2013-10-6 / 감, 안녕 [20] 마을이장 2013.10.28 3937
68 2013-10-5 / 김종옥과 김종옥 [17] 마을이장 2013.10.22 4415
67 2013-10-4 / 콩 그리고 어느 농부의 죽음 [31] 마을이장 2013.10.21 4555
66 2013-10-3 / 콩 그리고 대평댁 [76] 마을이장 2013.10.15 4518
65 2013-10-2 / 가을 들 그리고 홍순영 [26] 마을이장 2013.10.14 3615
64 2013-10-1 / 시골 살 만 해. 도시보다 돈 쓸 일도 없고 [37] 마을이장 2013.10.01 4701
63 2013-9-2 / 부득이한 유기농의 종말, 감은 없다 [65] 마을이장 2013.09.21 4931
62 2013-9-1 / 농부의 아버지는 농부다 - 스물다섯 살의 농부 홍기표 [40] 마을이장 2013.09.17 5285
61 2013-8-2 / 다시 홍순영 [23] 마을이장 2013.08.19 5505
60 2013-8-1 / 재시동을 위한 몸 풀기 [36] 마을이장 2013.08.16 3935
59 2013-7-7 / 1월~7월 결산보고와 마음의 소리 [61] 마을이장 2013.07.31 4600
Copyright© 2007. All Rights reserved www.jirisan.com 4dr@naver.com | 지리산닷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