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4 / 펀드 브로커의 일상

마을이장 2013.11.17 23:06 조회 수 : 3804









11월 7일. 펀드 밭의 마무리다. 콩도 모두 베었고 정리를 하는 것이다.
차 타고 지나가는데 무얼까?가 예초기를 돌리고 있기에 사진을 찍었다.
기계 소리 때문에 내가 사진을 찍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펀드는 내년 직영농지를 포기했다. 우리가 ‘농사쇼’를 보여주는 것도 2년이면 되었다.
예정했고 예상했지만 기분이 말끔하지는 않다. 불과 며칠 전에야 콩을 모두 갈무리했다.
많이 나왔다. 거의 유일한 성공한 직영농일 것이다. 가공을 해야 하는 장면과 직면하고 있다.
청국장을 염두에 두었고 남는 콩은 청국장 또는 메주로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원래 계획이었지만
‘누가 그것을 할 것인가?’ 라는 실행 결정 앞에서 멈추어 있다. 일단 다섯 번째 배당인
쌀 종류를 보내고 나서 구체적인 결정을 할 것 같다. 다섯 번째 배당은 아마도 11월 마지막
주간이 될 것이고 마지막 여섯 번째 배당은 12월 15일까지는 완료했으면 한다.
계획은 그러하다.











11월 9일 토요일. 예정되어 있던 성남시 센트럴타운 아파트 주민 213명이 도착했다.
시작은 미미했는데 일이 커진 케이스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구례군「단감탑푸루트영농조합법인」
몫의 홍보비용을 소진하는 감 따기 체험 행사를 의뢰해 왔다. 제안한 쪽의 개략적 생각은
지리산닷컴 회원들이, 지리산닷컴에서, 지리산닷컴스럽게 이백만 원의 예산을 소진하면 되지
않는가 라는 것이었지만 이른바 ‘지속성’을 염두에 둘 때에는 그것보다는 ‘일사일촌’ 개념의
만남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상하게 손만 대면 일이 커지는 사람과 내가 볼 땐 제법 유별난 아파트 주민들이 몇 차례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니 213명이 되어 버렸다.

“하나씩 만 따세요!”
“와우! 나 여섯 개 땄다!”

213 곱하기 평균 3개 = -,.-

홍순영 / 괘안아. 어차피 들어가면 통제 안되야부러.











다음 방문지는 탑푸루트 공동선별장. 말 그대로 선별작업 하고 포장해서 공동 출하하는
이 시즌에만 바쁜 공간이다. 남은 것은 역시 이곳에 공동으로 저장한다. 원래 밖에서만
보기로 했는데…

홍순영 / 이왕지사 여그까지 왔슨께 그라믄… 한 줄씩 서서 견학을 합시다이.

감밭에서부터 낌새가 그럴 줄 알았다. 하여간에.











실 거주 구례인구 백 분의 일에 해당하는 손님들이 닥쳤을 때 한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시골예식장 피로연장으로 사용하는 식당이다.
원래 이 자리에서 식사 전에 벽 쪽으로 테이블 하나 열어 두고 아파트 주민 대표자와
탑푸루트 대표자가 농상물 거래 협약서에 사인을 하는 그림을 예정했는데 식사가 제공되고
이 넓은 홀 안의 모든 불판이 달구어지고 김이 오르고 서빙하는 완전한 카오스 상태.

김 대표 / 안 읽어도 되겠죠?
나 / 그냥 사인만 하고 악수 나누는 장면만…











저녁. 오미동 들녘밥상. 낮 동안 비가 왔었다. 제법. 점심 이후 원하는 코스로 나누어진
다섯 대의 관광버스는 사실 진행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일찍 오미동으로 도착했다.
5시 배식 예정이었지만 조금 일찍 배식을 시작했다. 한 번에 60명 정도 동시 식사가 가능하니
테이블 비는 대로 계속 줄을 서서 식판에 자율배식이다. 쌀밥축제를 할까 하는 스스로 유혹에
잠시 빠지곤 했는데 안 하기 잘했다. 나물 중심의 식단이라 걱정스러웠는데 도시 사람들은
그것이 좋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불량식품이 고픈데.











가능한 농산물 잠시 장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
급하게 감 수집 컨테이너 박스와 천박을 준비해서 어수선한 장터를 식사대기 중인 밖에 마련했다.
단감, 대봉, 밤, 쌀, 수수, 곶감, 말랭이, 플레인 요구르트, 꿀… 대부분은 매진.
역시 가격이 구매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포장 단위의 소량화가 화두가 될 것이다.
탑푸루트 조합원들의 농작물이나 가공품으로만 제한했다.
어두워진다. 조명도 없다. 카드결재에 문제가 발생한다. 약간 혼란스럽거나 자연스러웠던
행사가 끝이 나고 경기도민들이 오미동을 떠난 것은 거의 7시 경이었을 것이다.
원래 하루 종일 케어할 계획은 아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그리되었다.
단순히 사람의 수만으로도 제법 피곤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이벤트는 30명 이하.
그 인원만 해도 모두 눈을 맞추기 힘들다. 지리산닷컴 주최가 아닌 지원 차원의 이벤트였지만
실질적으로 주관하게 되었다. 희망하는 단계의 만남이 있고 형식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곳의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실무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간혹 생각한다. ‘나는 왜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가?’











성남 아파트 주민들이 떠나고 담배 연기 날리면서 퇴근하였다면 아름다운 하루였을 것이다.
1박 2일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빠지고 싶지만 회의 준비 자체가 내 몫이다.
7시 전에 잠시 들러 프린트물 던져 놓고 오미동 와서 213명 빠이빠이하고 탑푸루트회원들과
식사 자리 잠시 앉아 있다가 9시 되어서야 회의에 합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내용의 말을 제일 많이 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등을 이부자리에 붙이기 전에 시간을 확인하니 거의 새벽 5시.
몇 시간 눈 붙이고 다시 마무리 회동을 해야 한다.
일요일 점심 지나서 모든 만남은 종료. 뭐하까… 집에 가서 자까. 아니다.
대봉 촬영해야 대봉 팔아먹지. 독자마을 김광주 선생 농장으로 올라갔다.

친정어머니 / 내 화요일에 구례 가도 되겠나?
나 / 엄니 저 죄송한데 제가 날 잡아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좀 마이 바빠요.











나는 요즘 나를 소개할 때 ‘지역 브로커’라고 한다. 작가고 지랄이고 지리산닷컴 이장이고
지랄이고 간에 내가 살아가는 폼이 영락없는 지역 브로커다.

브로커broker / 두산백과
독립된 제3자로서 타인 간의 상행위의 매개를 업으로 하는 사람. 특정상인에 종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상과 다르다. 매개가 이루어지면 매매 쌍방으로부터 균등한 수수료를
받는다. 상품·어음·환·보험·선박·세관·증권 등의 업종별로 각각 전문 브로커가 있다.

11월 셋째 주 지역 브로커의 주요 업무는 두 개 그룹에서 발생한 다섯 명 정도의 인간관계에
관여해서 잔소리를 하는 일이었다. 인간관계 문제는 적극적으로 피하는 종목이지만 상황이 그리된다.
하나의 만남이 끝나고 다시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어휴~’ 라는
신음소리가 나온다. 내 코가 석잔데 이게 다 뭐하는 일인가.
며칠 전에 도백과 잠시 차 한 잔 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 영감님이 그랬다.

“권 선생 같은 사람이 지역에서 브로커 해야지. 나는 큰 브로커고, 허허허.”

브로커가 나의 직업이긴 한 모양이다. 십 수 년 전 서울 시절에 선배님이 나에게 질타하듯
던진 질문, ‘너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 요즘이라면 정확하게 대답하겠는데.
지나가는 길에 종옥이 형 선별장에서 봉다리 커피 한 잔 때리다가 은행나무를 보았다.
가을 은행나무가 나는 좋다.











11월 14일 저녁에 동서울시립병원 팀들이 구례에 도착했다. 오미동과 자매결연 병원이다.
저녁은 읍내 ‘푸른물고기’. 요리하는 하루는 4인 이상은 자신에겐 단체라고 주장하며 겨우
12명의 손님 앞에서 멘붕에 빠져 있었다.

김 원장님 / 요리할 때 말고는 뭐 합니까?
하루 / 요리 준비합니다.

금요일 아침 오미동 진료. 이번이 네 번짼가? 이제 이곳 주민들의 진료 기록지가 있다.
오미동 이장님은 일본으로 정상회담 하러 갔고 그러지 않아도 동부병원 방문은 언제나
마을 몫이라기 보다는 지리산닷컴 몫으로 여겨진다.











모든 엄니들은 병원을 가고 약을 달고 사신다. 혈압, 당뇨, 퇴행성관절염은 기본 항목이다.
그럼에도 ‘서울의사’ 앞에서 내가 볼 때는 어리광을 부리는 엄니들도 계시다. 영양제를 좋아하신다.
무얼까?가 만든 동시다발적 링거 거치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실 분 다 오셨는데 링거는 남고 시간도 남는다.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원래 연곡분교 진료는 오후 2시였지만 오전 11시에 골짜기로 향했다.
시력검사 기구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분교만 없나. 여튼 부탁하시니 병원에서
준비해서 분교에서 ‘시력측정놀이’를 했다. 연곡분교가 예쁠 때 처음 입장한 사람들은
대부분은 같은 표현을 한다.

“천국에 온 것 같다.”

마음에 상대방을 의식한 과도한 만족감을 더 한 표현들이겠지만 나는 최근 천국을 자주
찾지 않는다. 연곡분교는 여전히 나에겐 미완의 숙제다.
11월 9일에도 대략 80명 정도의 아파트 주민들이 분교를 찾았었다.
그때 나의 PT가 끝나고 어느 어머님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질문 / 혹시 아파트에서 아이들 헌옷 같은 것을 이곳으로 보내도…
답변 / 한 집을 제외하고 전부 외지에서 전학 왔습니다. 여러분들 사시던 곳에서.











상추쌈 출판사 부부의 큰 딸은 악양에서 이곳까지 유치원을 다니러 왔다.
시력검사 하는 아진이의 목소리가 또록또록하다. 의사 전달이 분명하다라고 할까.
자라면 무서운 녀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진이는… 아이의 원형과 같은 느낌이다.
더 밝아졌다. 점점 더 밝아지면 너거 엄빠가 감당을 할 수 있으려나.
그나저나 너거 아빠엄마 인터뷰는 언제 하냐. 아무래도 1월 농한기나 되어야. 젠장.











날 밝으면 월요일이구나. 헤아린다. 처리해야 할 돈 되는 일과 당면해야 할 돈 안 되는 일들을.
인쇄물 하나, 사이트 하나, 마감 걸린 원고 하나, 다섯 번째 배당을 위한 세 가지 물품 수집,
어쩌면 광주 한 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네 번 정도의 만남, 갈 확률이 높은 주말 아들 면회…
마음에 차는 산수유 열매 사진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런 장면은 산수유 가격이 폭락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만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장면은 예정하지 못했었다.
예정하지 못하는 몇 가지 고민이 중첩된 밤. 11월인데.


김광주 선생의 감은 일단 이번 목요일(11월 21일)까지 저희들이 판매하고
이후에는 현재 <조리봉 농장>의 일을 전담하고 있는 박기주 선생님 폰으로 넘기겠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설 명절 전에 다시 한 번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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