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6 / 감, 안녕

마을이장 2013.10.28 22:30 조회 수 : 3937

 

 

 





파도리 감밭에 감이 제법 달려 있다는 소리를 두어 번 들었다.
보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지만 그냥 무시했다. 그 감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워낙에 많이 달렸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여 20% 정도 달려 있어도 멀리서 보면
감이 보이는 것이다. 그냥 10월 마지막 주간에는 따야 할 것이란 염두만 두고 있었다.
10월 24일 금요일 아침에 우선 소량을 수확했다. 무얼까?의 가족들이 품을 들였다.
몇 개 곶감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원래 차량이라는 품종은 곶감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무얼까?가 마지막으로 지난 초 가을에 마무리 하지 못한 예초기를 돌렸다.
사실 끝이 난 감밭에 예초기를 들고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 그리 의욕이 나는 일은 아니다.
요즘은 정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나날들이다. 가을의 일감을 실감한다.
주로는 콩, 그 다음으로 들깨를 닦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이 투여된다.
「맨땅에 펀드」부지 이외에도 개인이 벌려 놓은 텃밭들이 있기 때문에 적으나 많으나
이 시기에 거두어들이는 작물은 비슷하다. 며칠 더 일찍 감을 수확했다면 적절했을 것이나
우리들의 손발과 시간 여력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냥 포기한다,
감식초로 만든다,
곶감으로 만든다…
의견이 있었지만 막상 감식초는 또 다른 장독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곶감은 또 누가 깍고 있을 것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이미 적자 상태인 이 감밭에
더 이상 돈을 들일 수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임대료 80만 원에 이후 들어간 소소한 경비는 장부를 살펴봐야 답이 나오는데…











길 쪽의 나무들이 비교적 열매를 달고 있었기에 멀리서 보면 감밭 전체가 그래도 제법
감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감 수확 상황은 사다리를 옮기고
올라가서 하나 아니면 두세 개를 따서 내려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다리를 들고
계속 옮겨 다니는 일이 더 힘든 노릇이었다. 골프장에서 공치는 시간 뭐 몇 분이나 되나.
걸어댕기는 시간이 길지.











여튼 그래서 대략 눈대중으로 가늠한 결과 10kg 서른 박스 정도는 가능하겠다 싶어서
지리산닷컴에 단풍 사진 올린 다음 날 아침에 감을 판다는 소식을 올렸었다.
이 모양을 감을 팔고 싶지 않았지만 별 달리 감을 소비할 방안도 없었다.
여기서 지리산닷컴 staff들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는가.
저장도 문제다. 수십 박스의 감을 저장할 공간이 우리에게는 없다.
무얼까?의 곶감 제작 연후 판매 & 수익창출 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무얼까?의 눈에서
감을 사라지게 만들어야 했다. 무얼까?는 여전이 파도리 감밭의 감이 제일 맛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다른 감은? 반칙한 감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뭐 정정당당한 게임을 기획했나? 부득이한 유기농 아니었나.











10월 26일 토요일 아침.
연곡분교 예진이 아빠와 다윤이 엄빠 그리고 오미동 사무장과 내가 파도리 감밭으로 올라갔다.
예진이 아빠는 2014년 이 밭을 짓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나는 말렸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나 연곡분교 전입 학부형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 사실 귀촌자의 대부분은 말을 듣지 않는다.
대략 95%는 골통들이다. 나는 순둥이지만.
감을 판다는 알림이 나가고 밤사이에 감 서른 박스는 다 팔렸다. 24일 오전에 처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읽지 않은 메일이 서른 통이 넘은 것을 보고 바로 판매 중단을
알렸지만 그 이후 이틀 동안 날아 오는 주문 메일은 불가항력이었다. 대략 일백 통 정도의
주문을 받았지만 순전히 어림짐작으로 10kg 마흔 박스에서 마감했다. 나머지 메일은 대기자로
분류 또는 바로 죄송합니다는 답장을 보내었지만 최초 마흔 박스 이후는 결국 추가할 수 없었다.
이른바 완판남이 되어 가지만 그 비결은? 부복한 양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
이 아침의 미션은 간단한 것이었다.

“컨테이너 박스로 스무 개 나와야 됩니다. 주문량이 그렇습니다.”

감을 박박 긁어모아야 했다. 입금도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된 상태고 환불이라는
과정 자체가 귀찮다. 나무를 물고문을 하건 어쩌건 10kg 마흔 박스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요즘 하루에 미션이 다섯 가지 정도 되는 관계로 점심까지만 같이 하고 먼저 내려왔다.
오미동 사무장은 그 전에 운조루 전통혼례 준비 때문에 내려갔다. 결국 연곡 3인이 이 날의
메인 노가디어가 되는 것이다. 오후 2시 30분 무렵에 끝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몇 박스예요?”
“스무 개요.”











스무 개. 밭에서 어차피 안 되는 아이들은 제외했지만 결국 또 선별할 것이니
마흔 박스는 힘들겠다. 젠장. 사실 스물두 개를 기대했는데.
이제 이 감밭과는 빠이빠이다. 지난 2년간 이 감밭을 가지고 이리저리 궁리를 했지만
두 번 연속으로 실패했다.
1. 무식했다. 농사를 모르니.
2. 무책임했다. 시기에 맞게 사람을 구하고 농약을 했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개인으로서 나는 농사를 지어서는 안 된다. 무가 뭐라고 해도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나인 것이고 내가 주체적이지 못하면 이 일은 되지 않는 것이다.
펀드 직영 농지에 대한 회의감은 앉은뱅이 밀 건국수를 판매하고 결산을 한 다음에 시작되었다.
정확한 산수 없는 농사는 재미는 있지만 수익은 꽝이다.
그 다음으로 직영 농지가 없어야 한다고 기름을 확 부은 일은 무얼까?와 새와의 대치
2주일 국면이었다. 그것은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감나무 밭 낙엽병이 있었다. 한 순간에 날아갔다. 추석을 전후해서.
산술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짓거리였던 것이다. 떨어진 감이 80% 정도다. 무사히 수확했다면
이번 마흔 박스 판매 건을 기준으로 보자면 총괄 10kg 이백 박스 정도 수확했을 것이란 답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우리감은 택배비 포함 이만오천 원을 받았을 것이다.
금년에 다른 C급 감은 삼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B급은 사만 원 선, A급은 오만 원 선이다.
일반적 C급 감 보다 싸게 받는 것이 감의 생김으로 보자면 타당한 방식일 것이다.
그러면 대략 오백만 원의 매출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기까지 지출은?
그 정상적인 상황으로 끌고 오기 위해서는, 임대료부터 농약, 수확 인건비 등등 해서
이백오십만 원 정도까지 지출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순익은 대략 삼백오십만 원 정도.
일천 평, 일백오십여섯 그루 감나무에서 그런 수익이 나온다면 어떻게 먹고 살지?
결국 파도리 감밭이 어느 정도 농사적 산수로 말이 되려면 사만 원 짜리 감 이백 박스가 나오고
그 진행은 농부 한 사람이어야 한다. 수확 시즌에만 두어 명 놉을 얻고. 그것도 이틀 정도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결국 이 일은 목표를 이룰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해 온 것이다.
무식보다 무책임에 비중을 두는 이유도 이와 같다.











10월 28일 아침에 포장하고 오후에 발송했다.
양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미 많이 무런 감과 지나친 상처를 제외하는 선별을 하면
마흔 박스를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종옥이 형에게 갔다.
제일 못 난 감을 달라고 했다. 그런 감은 없다고 했다. 상황을 이야기하니,
방치해 둔 차량 품종 몇 그루가 있는데 원래 감말랭이 용으로 사용하는데 그걸 두 컨테이너
받기로 했다. 마침 같은 품종이라 다행이다. 결국 컨테이너 박스로 스물두 개 반을 가지고
월요일 늦은 점심까지 마흔 박스 포장을 끝내었다. 이제 당분간 감은 보지 않을 것이다.











박스는 종옥이 형님 것을 들고 왔기 때문에 마치 김종옥의 감이다.
박스를 테이핑 하기 전에 안내문을 동봉한다.


안녕하십니까, 지리산닷컴입니다.
월요일(10월 28일)에 감을 발송합니다. 제주도 두 분이 계신데 약간 걱정스럽습니다.
생물을 보낼 때에는 언제나 걱정입니다. 운송 도중에도 상태가 변합니다.
이 감은 지난 10월 26일(토요일)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 사이에 수확한 감입니다.
받아보시면 시각적으로 아름답지 않을 것입니다. 2013년에 이 감은 어떤 화학비료 또는
농약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보시면 아랫부분이 십자 또는 일자로 찢어진 감이 많을 것입니다.
그 부분은 벌레 등으로 인한 상처는 아닙니다. 벌레는 주로 꼭지 부분을 중심으로 준동합니다.
품종이 ‘차량’ 이라는 것인데 차량 종류는 익으면서 아랫부분이 그렇게 갈라지는 성격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이 차량이라는 품종은 ‘과거의 감’으로 사라지는 중입니다. 남아 있는
차량 품종 나무의 열매는 이곳 감 농사 선수들은 대부분 곶감용으로 이해를 하더군요.
요즘 단감의 대세 품종은 ‘부유’라는 것입니다.
2012년에 저희 감을 드신 분들은 ‘옛날 감 맛’이 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그것은
실제 오래된 품종이기 때문에 타당성 있는 감상평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파도리 감밭’의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입니다. 농장 감나무로는 은퇴시기를 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손길이 더해지면 가지를 젊게 만들고 하는 등의 작업이 가능하지만 저희들은 힘든 일입니다.
박스 작업하면서 또 골라내다보니 감이 부족하여, 전체 양에서 김종옥 농부의 차량 감을
10% 긴급 투입했습니다. 균등히 하기 위해 박스 맨 아래에 몇 개씩 우선적으로 깔았습니다.
김종옥 농부의 차량 역시 ‘방치해 둔’ 나무의 것으로 특별히 주문을 했습니다.
사실 다른 농부들의 감들은 저희 감처럼 험한 것이 없어서 투입해도 금방 표시가 납니다.
품종도 다르기도 하고. 김종옥 농부의 차량 감을 추가하기 전에 잠시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8kg 이하로 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감 90%+김종옥 농부의 감 10%로
구성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해구합니다. 통상 10kg 감 박스를 구입해서 담았습니다만
9~10kg 사이 양을 보내드립니다. 마흔 박스로 판매를 제한했습니다.
최초 생각대로 서른 박스로 했다면 좀 더 선별해서 그나마 이상한 가운데 덜 이상할 수 있었는데
백여 분이 주문을 하시는 상황에서 어림짐작으로 열 박스를 더 늘인 제 탓입니다.
‘난 이거 도저히 못 먹겠다!’ 하시는 분들은 반품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그곳에서 폐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메일로(4dr@naver.com) 환불 계좌를
알려주세요. 작은 장독 류가 있다면 그냥 닦아서 감식초를 담으셔도 됩니다.
무화학제 상태의 감이라 감식초 용도로는 최적입니다.
원래 그러려고 감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이상입니다. 송구스럽습니다.

2013. 10. 28 www.jirisan.com

 

 

 

 

 

 

 

 

jirisan@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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