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상이 건강하지 못하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다.
10월의 첫 아침. 얼굴을 쳐박고 잠을 잔 탓에 눈탱이가 띵띵
부어있었다.
마누라는 화요일이라 역시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오미동으로 간 모양이다.
요즘 역시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 시동을 위해
정해진 반복 동작을 시키고
마당에 나가서 첫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서 봉지 커피 하나를 뜨거운 물에 푼다.
영후 훈련소 카페에 들어가서
아침 편지를 쓰고 메일 확인하고 사이트 댓글 상황 보고.
오늘은 나한테 지리산닷컴 편지가 왔다. 지난 몇 차례 편지를 받지 못했다. 내가
보내는데.
그 동안 뭔가 어느 쪽 서버건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go.kr과 korea.kr 아웃룩 메일 계정
몇 개를 주민에서
삭제했다. 메일 에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들판을 촬영할 것인지 종옥이 형을 취재할 것인지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했다.
김종옥의 감 박스에
들어가는 인쇄물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원래 것을 재인쇄하면 되지만 2년 정도 사용했으니 내용에 약간 변화를 줄 생각이다.
새로운
메인 사진 한 장 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겸사 이르게 수확하는 ‘태추’라는
품종의 감이 5kg 단위로 334박스가 가능하다면 펀드 배당으로
보낼 생각이기도 하다.
형은 선별장에 형수는 ‘학교 아래 농장’에 있었다. 선별장으로 먼저 가서 형을 싣고
농장으로 갔다. 형수는 몇
박스 주문 들어 온 태추 감을 따고 있었다.
“태추 삼백사십 개 되요? 오 키로.”
“택도 없어. 내년에는
되지만.”
“그럼 형 감은 11월에 보내야겠네.”
“글제.”
“10월에 뭔가를 만들어서 보내면 좋겠는데 제품 구성이 좀
후달리네요.”
아무래도 촬영은
메인 농장인 구리실농장이 좋다. 다시 이동했다.
점심 전에 촬영하고 잠시 이야기하고 이동하면 될 일이다. 가급이면 오후에는
들판을
촬영할 생각이었던 탓에 빠르게 움직이는게 좋다.
“금년에 유난하게 감이 많이 쏟아지는 이유가 뭡니까?”
“시방
전국적으로 그래. 제주도 감귤도 떨어지고. 원래 6월에 10일 간격으로 약을 하는 게
정상이제. 시방 문제가 되는 거이는 지때 약을 안 한
거이라.”
“약을 한 사람들도 떨어지는 거는 뭡니까?”
“지때 안 한 거이라니까. 낙엽이는 병해로 보자믄 약한 넘이라. 약 하믄 금방
없어져.”
옆에서 형수가 한 마디 거든다.
“에스에스기로 한 농장은 전부 문제가 있어요. 제대로 전지 안 한 감밭은
나무 우가
천장 맹키로 막혀 있는데 나무 아래서 에스에스기로 댕김서 뿌려 받자 나무 위 낙엽이를
못 잡은
거이제.”
“사람이 잘못했다고
봐야제. 무조건.”
“팔십 푸로는 하느님이 짓는다고 봐야지.”
나는 점차 변하는 한반도 기후 변화에 주범을 둘 수 있을지 몇
차례 시도했지만
형과 형수의 입장은 종내 변화가 없었다. 농부 탓이고 하늘 마음이다. 형수가 보탰다.
“전문적으로 감을 하는
농부가 아니면 그 농약 뿌리는 꼬타리 구멍 굵은 거로
감나무 약을 헌께 세세허니 뿌려지들 안혀. 그냥 줄줄 흘러내린단 말시.
그냥
마이 했슨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이제.”
처음으로 김종옥을 기록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한 번 따져보자. 김종옥 말고 구례 감
일반.
2010 - 이른 서리. 이른바 ‘김종옥의 손을 팝니다’ 사태. 거의 전멸.
2011 - 그럭저럭 무난한 수확
2012
- 태풍 두 번.
2013 - 낙엽병. 그러나 치명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열매 사이즈가 작다.
금년 포함 지난 4년 동안
정상적이었던 해는 2011년 한 번이었다.
그렇다면 작년의 태풍 두 번에 김종옥은 괜찮았다고 하는데 이유는?
“태풍 오고 놉
얻어서 바로 작업 들어갔어요.”
“긍께 뭔 작업을 했냐고요오?”
“열매 떨어뜨리는거.”
“왜요?”
“잎 수
맞춰야제.”
뭔 소린가? 태풍으로 인한 감나무 피해는 열매의 낙과가 아니라 잎이 떨어지거나 찢어지는
문제다. 본격적으로
익어가야 할 시기에 광합성을 할 잎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열매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열매 하나에 입수는 스무 개 전후가 적절하단다.
일반 농가는 엄두를
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2012년 감 가격은 비교적 내렸다. 태풍 전에 워낙
열매의 개수가 많아서
소문만큼 감이 부족하지 않았고 주 생산지 경남은 태풍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풍년은 풍년이라
가격이 내리고 흉년은 수확량이 적어 수입이 준다.
그 적정선을 하사하는 힘은? 하늘이다. 2013년은 태풍이 없었다.
2012년의
태풍이 아니었다면 작년 감 가격은 엄청나게 다운되었을 것이다.
몇 년 만에 본 풍년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금년은 흉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년에 애를 아주 많이 낳았으니까 금년에는 힘들다?”
“그러제. 작년에 나무들이 보대껴 논게…
금년에는 모두 다마가 작아. 경남도.”
“서리 조심하면 현재로서는 큰 일은 없겠네요.”
“일단 예보 상으로는 이른 추위가
온다네.”
완전한 상품이 되기 전에 서리가 내리면 곤란하다는 변수가 유효한 것이다.
“그래서 태추를 많이 심는겨. 조기
수확하는 거이제.”
그렇구나. 태추와 조추로 품종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가 있구나. 나는 단순히 맛 있어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들판의 상태가 아주 좋다. 그러나 구례군 농민회장이기도 한
종옥이 형은 한숨을
뱉는다.
“흉년은 훙년인디
감은 좋아. 구례는. 작년보다 한 이십 푸로 줄 거이구만.
그래도 당도가 높아. 안 익은 감도 시방 먹을 만 하단께.”
“아직도 날이
이리 더운데요. 뭔 문제없을까요?”
“더우면 색이 빨리 나. 글고 요즘은 일교차 커도 일정하지가 않아서 힘들어.
나무들이 혼란스러운
것이제.”
“그나저나 금년에는 부채는 어떠요? 히.”
“빚이야 없을 수는 없제. 그래도 뭐 부담스러운 거는 인자 없어. 봄에 기계
넌거…”
“아, 그 순 따기 할 때 몰고 댕기던거? 얼만데요?”
“천팔백오십만 원.”
“그게! 뭐 그리 비싸?”
“원래
농기계는 비싸. 국산이고 수입산이고. 우리는 필요하고 업자들 먹여 살리고.”
그렇구나. 기계가 비싸도 일손이 사라져 가는 농부들은
기계를 사야한다.
마지막 말씀이 좀 우서웠다.
“시골 살 만 해. 도시보다 돈 쓸 일도
없고.”
이 사진을 찌라시
메인으로 사용해야겠다.
김종옥의 감은 11월에 펀드투자자들에게 배당될 것이다.
젠장.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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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2013.10.0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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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콩쥐
2013.10.03 00:36
저는 요즘 감기로 쪼매 고생하고 있다지요...헤헤~~
감은 우리 엄니께서 엄청 좋아라 하시는데...태풍 소식이 들려 조금 걱정이 됩니다.
태풍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감들이길...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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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2013.10.05 14:27
금년 감들이 전반적으로 좋지는 않습니다. 감기 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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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꿈
2013.10.03 20:58
밀가리 축제 때 뵌 모습이 선 하네요.
이장님이 형님으로 모시는 분들은 다 좋으신 분들인 것 같습니다.
오미동 형님연대...이런거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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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2013.10.05 14:28
표면만 보신 것이지요. 모두 하나같이 사람 말 안 듣기로는 금매달 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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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화
2013.10.04 08:51
어제 당진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고향이기도한 그 곳에 육촌 오빠 둘이
귀향해서 농사를 짓고 있거든요.
이것 저것 농산물들 챙겨 트렁크 가득 챙겨주는데
결혼 30년 만에 친정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이 행북한 나들이를 종종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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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2013.10.05 14:28
저희 집에서는 제가 친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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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13.10.05 16:07
개가 무지 행복해 보여요.
쥔허고 교감이 백퍼 같네요.
감도 그러겠지요.^^ -
마을이장
2013.10.09 11:32
세 마리가 가출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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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세상
2013.10.07 12:08
저도
마침내
다음주 월요일부터
농업인으로 갑니다.
어제
도시에서의 마지막(?) 일요일 만찬을 지인들과 나누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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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2013.10.09 11:33
축하를 드려야 하는 일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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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
2013.10.07 23:46
월급생활자에서 연금생활자로 시골살이 3개월차 신입 시골사람 입장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더만요. 경조사나 외출 비용 등이 너무 많아요. 벌이는 거의 없구요. 비싼 "아버지의 집" 한권 사서 아버님 쓰시던 방에 두고 아버님 떠나신 자리 지켜야 하는 의무감 아니면 벌써 신발 거꾸로 신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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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2013.10.09 11:32
ㅎ 지출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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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큰나무
2013.10.08 22:17
세상에나, 작년 감보다 더 맛있다니!
그 감이 제가 삼십여년간 먹어 본 단감 중 젤로 맛있었던건데.
배당 완전 기다려지네요.
그 전에 태추감이란 것도 좀 주문해 봐야겠고요.^^ -
마을이장
2013.10.09 11:31
태추가 남아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비웠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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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큰나무
2013.10.10 15:34
그러게요. 자연의뜰 홈페이지 갔더니 안올라와 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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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씨
2013.10.15 13:12
어제 경진이가 나눠준 태추감 먹었는데...연하고 참 맛나더라구요~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째 먹어도 괜찮구요. 껍질이 좀 걸리시면 얇게 깎아서 드셔도 됩니다요~
먹어보고 맛나서 나눠먹고싶은 식구들이 생각났어요.
순식간에 지름신 강림하셔서 여섯박스 주문했어요...ㅋㅋㅋ
어제 보내셨다고 하니...오늘이나 내일이면 도착할거 같네요.
김종옥농부님의 감은 언제먹어도 맛나답니다.최고!!
사진으로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