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2 / 다시 홍순영

마을이장 2013.08.19 22:52 조회 수 : 5505

 

 

 





2013년 8월 19일 월요일. 광의면 농부 홍순영의 집으로 올라갔다.
모처럼 아침 7시에 눈을 열었다. 최근에는 거의 9시가 되어서야 묵직해진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때로 강제적인 미션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나처럼 스스로가 아니면 나를 강제할 환경이 없는
조건의 사람은 한 번 잠수를 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일요일 저녁에 형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아침에 광의에 계세요?”
“10시에 단위 농협 들어가야는디.”
“그 전에 가겠습니다.”
“뭔 일이요?”
“사진 좀 찍으려고요.”
“머다게. 쌔까만 사람 찍어서…”
“어디 잡지에 좀 나가야해요.”











순영이 형을 인터뷰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제 나에게 가장 힘든 인터뷰일 것이다.
이제 내가 농부 홍순영에 대해 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농부 홍순영 평전」밖에 없을 것이다.
세 권의 책을 내었는데 그 중 가장 지랄 맞은 대목은 ‘왜 서울을 떠나 구례로 왔는지’에 관한
언급을 항상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연재 중인 월간지에 9월호는 순영이 형을 예정하고 있었고 보름 정도 극도의 게으름 또는 무기력한
시간들을 접어야 했다. 마감이 하루 남았기 때문이다.











1997년 여름, 그는 농약 중독으로 쓰러졌다. 온몸이 가렵고 피부가 하얗게 변해갔다.
그때부터 무농약 농사법을 배우러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현미식초 농사법, 우렁이 농법 등
무엇이든 배우고 실험했다. 바닷물을 싣고 와서 논바닥에 붓기도 했다. 별의 별짓을 다 해봤다.
2000년 무렵부터 홍순영의 농법은 자리를 잡았다. ‘환원순환농법’이라고 부른다.
농약 대신 자연에서 나온 것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농법이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탄화기’를 구입해 농장에 설치했다. 주변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린 잡초와 식물들을
베어 잘라 넣은 뒤 고열로 태워 나오는 연기를 액체로 추출하는 기계다.
쇠비름·자리공·소리쟁이·환삼덩굴·산죽·담배나무액 등 80여 가지의 식물 제제를 만들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땅이다. 모든 병충해는 토양에서 온다고 믿는다.











그의 순환제재 가공창고 한 구석에는 퇴비가 쌓여 있다.
미강(쌀겨) 60%, 축분(소똥) 30%, 깻묵 3%, 돼지뼈 6%, 기타 등등이다. 미강은 미생을 가지고 있고
자기 양분을 자기가 생산한다고 한다. 질소함량이 높다. 축분은 질소와 발효율이 높다.
그에게 뭔 질문을 하면 항상 구체적인 수치와 용어를 들고 나오기 일쑤다.
2013년 현재 그의 농사는 4년 전의 바람대로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이 커졌다.
2011년 5월,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그의 쌀 100g의 시료에서 오메가3가 1.3㎎이 들어 있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구례군은 당연히 관심을 가졌고 그해 가을에 다시 쌀 시료 100g을 한국식품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오메가3 성분이 5.4~9.1㎎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메가3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지방산이라고 한다. 쌀에서 오메가3가 나왔으니 그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란
것은 눈앞의 불을 보는 것과 같았다.











“수수밭 볼라요?”

수수를 심으신 모양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냥 옥수수 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삼천오백 평 정도에 파종을 했고 가지고 갈 사람은 정해진 모양이다. 수수 가격이 좋다.
선수들은 뭘 해도 때깔이 다르다. 하나의 원리를 터득하면 대략 길이 보이는 것이다.











첫 만남은 강렬했다. 2009년 여름 끝자락에 그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보석이다.”
그를 언급할 때 나는 항상 ‘홍순영’이 아닌 ‘농부 홍순영’이라고 소개한다.
나 역시 시골에서 살고 있으니 주변에 농부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만 유독 ‘농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그는 내가 알고 있는 농부들 중에서도 ‘단연 농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디스이즈농부'라고 표현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나에게 홍순영은 여전히 변치 않는 보석 같은 농부다. 나는 그를 형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내가 농부 홍순영에 열광하는 이유는 쌀에서 오메가3가 나와서도 아니고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어서도 아니다. 단지, 그가 쌀농사에 승부를 거는 농부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쌀이 없는 대한민국 농사는 의미가 없다.











여전히 나는 그를 둘러 싼 몇 가지 환경을 경계한다.
그는 어쩌면 대한민국 쌀농사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중이다. 한 사람의 탁월한 농부는 국가농정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소용될 가능성이 높다. 쓰러져 가는 대한민국 농촌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간혹 그런 지점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나의 말은 ‘태생적 농부’인 그의 얼굴 앞에서 움추려 든다.
그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쌀농사는 확대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관의 지원을 예정하는 것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면적으로 농지가 확대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나는 농부 홍순영이
적어도 지자체와 농협으로부터 자유로운 농부이기를 희망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그에게 일시수매에 필적하는 목돈을 보장할 수 없기에 여전히
“우리가 형 쌀 전부 수매할께요!” 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우려하는 조건과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농부 홍순영은 ‘성공한 한 사람의 농부’가 아닌 ‘우리들의 농부’가 될 것이다.

농부 홍순영의 사이트 http://www.ecosoon.com

펀드 투자자들은 이번 가을에는 소량이지만 그의 쌀맛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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