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1 / 재시동을 위한 몸 풀기

마을이장 2013.08.16 23:23 조회 수 : 3935

 

 

 





아주 단순명료하게 덥다. 구례는.
지난 십여 일 동안 삼십칠 도를 기록했고 광복절부터 삼십육 도를 기록하고 있다.
가뭄은 이제 슬슬 심각한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일부 밭작물은 목이 탄다.
며칠 만에 오미동으로 출근(?) 한 것이 지난 화요일인 13일. 콩밭은 자체로 뜨거워 보인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일단 김매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더위 지나고
비가 온 이후 풀의 마지막 상황을 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윗 밭에는 옥수수가 대세다.
많이 나오고 있고 우리들이 먹어치울 수 있는 양을 넘어섰고 펀드 배당을 하는 것은
양으로나 농작물의 성격으로나 적절치 않아 약간 곤혹스럽다.
옥수수는 따서 바로 삶는 것이 답이다. 그래야 당도가 높다. 며칠 지나면 맛없다.
내가 오미동으로 나가지 않는 동안 두어 번 수확해서 카페(산에사네)에서 판매를 한 모양이다.
휴가 시즌이라 그렇게라도 소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아침에 따고 이 더위에 불을 지펴 삶았다. 토종이라 못나고 색깔이 다양하고 맛있다.
육만 원 정도 판매를 했다고 들었다.
장에서는 삶은 상태에서 잘 생긴 놈들을 하나 천 원 받는다. 이번 주면 휴가 시즌은 끝이고
계속 생산될 이 옥수수의 처리 방안이 약간 고민스럽다. 생옥수수로 10kg 단위 정도를
택배비 포함 이만 원 정도에 팔아볼까? 도시에서 옥수수를 10kg 박스로 받아서 뭐하지?
주말에 카페에서 팔아봤자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뭐 아이디어 없나요? 앞으로 100kg 정도 순차적으로 수확할 것으로 보고.











옥수수의 키와 싯푸른 잎을 보면 항상 여름을 실감한다.
옥수수를 좋아했는데 금년에는 이상하게 별로 당기지 않는다. 젠장.











고추 흰색 라인 그은 두 줄은 사망하는 중이다. 탄저 기본에 역병이다.
작년에 고추 심었던 자리다. 정확하게 연작을 한 자리의 고추들이 그렇다.











살릴 수 없다. 일단 가능한 놈들은 수확을 해서 건조기에 계속 말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기농이다 무농약이다 이런 것에 아주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농사는 농사답게 제대로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펀드 직영 농지는 결국 ‘남의 돈’으로 일종의 ‘농사쇼’를 진행하는 것이다.
두 해를 맞이하면서 나는 이 대목이 좀 목에 걸린다.
고생하는 사람은 열심히 고생하고(무얼까?), 결과는 거의 암담하다.
일하지 않았던 지난 며칠 동안 드문드문 2014년 펀드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했었다.











몇 개의 호박이 예쁘고 귀엽다는 사실만으로 언제까지 만족할 수는 없다.
334개의 호박이 나오거나 전망을 가진 농작물이 나와야 할 것이다.
좀 더 전투적으로 농사를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맨땅에 펀드」는 실질적인 성과보다 호평 받는 아이템이 되었다.
본질적으로는 ‘상조회’에 가까운 이 펀드가 좀 더 극적인 지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사업. 개인적으로 참 낯선 용어다.
어처구니없지만 이곳에서 제법 자주 사업적인 아이디어를 청해오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사업’이라는 개념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김종학 PD의 사망원인이기도 하다.











뜬금없이 펀드 윗 밭에 수박이 열렸다. 과연 먹을 수 있는 수박인지 쪼개었다.
먹을 수 있는 수박이었다. 수박 맛이 났고 풋풋한 맛이 났다.
마당텃밭이라면 감동적인 일이고 시장의 과일로 보자면 거의 가치가 없는 제품이다.
장터에 나오는 삼천 원짜리 수박 사이즈, 그리고 허술한 조직감이었다.











어차피 물러갈 여름, 그리고 가을로 진입하면 다시 정신없는 중계방송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타는 8월 햇볕 아래서 잠시 고민해 본다.

 

 

 

 

 

 

 

 

jirisan@jirisan.com

 

 

 

 

공지 지리산닷컴 사진사용에 관해 마을이장 2013.05.24 4243
78 2014-1-1 / 여섯 번째 배당 그리고 엔딩 크레딧 [125] 마을이장 2014.01.06 6785
77 2013-12-2 / 마지막 장터 [49] 마을이장 2013.12.24 4212
76 2013-12-1 / 쌀의 나날들 그리고 콩 팝니다 [50] 마을이장 2013.12.04 4236
75 2013-11-6 / 다섯 번째 배당과 쌀 판매 [57] 마을이장 2013.11.28 4575
74 2013-11-5 / 브로커 또는 화이트칼라 농부 [94] 마을이장 2013.11.23 4720
73 2013-11-4 / 펀드 브로커의 일상 [33] 마을이장 2013.11.17 3804
72 2013-11-3 / 네 번째 배당 이야기 [67] 마을이장 2013.11.07 3897
71 2013-11-2 / 축지 방앗간, 찰수수 그리고 홍순영 [22] 마을이장 2013.11.06 4769
70 2013-11-1 / 그 사람의 마지막 감 [46] 마을이장 2013.11.01 6332
69 2013-10-6 / 감, 안녕 [20] 마을이장 2013.10.28 3937
68 2013-10-5 / 김종옥과 김종옥 [17] 마을이장 2013.10.22 4415
67 2013-10-4 / 콩 그리고 어느 농부의 죽음 [31] 마을이장 2013.10.21 4555
66 2013-10-3 / 콩 그리고 대평댁 [76] 마을이장 2013.10.15 4518
65 2013-10-2 / 가을 들 그리고 홍순영 [26] 마을이장 2013.10.14 3615
64 2013-10-1 / 시골 살 만 해. 도시보다 돈 쓸 일도 없고 [37] 마을이장 2013.10.01 4701
63 2013-9-2 / 부득이한 유기농의 종말, 감은 없다 [65] 마을이장 2013.09.21 4931
62 2013-9-1 / 농부의 아버지는 농부다 - 스물다섯 살의 농부 홍기표 [40] 마을이장 2013.09.17 5285
61 2013-8-2 / 다시 홍순영 [23] 마을이장 2013.08.19 5505
» 2013-8-1 / 재시동을 위한 몸 풀기 [36] 마을이장 2013.08.16 3935
59 2013-7-7 / 1월~7월 결산보고와 마음의 소리 [61] 마을이장 2013.07.31 4600
Copyright© 2007. All Rights reserved www.jirisan.com 4dr@naver.com | 지리산닷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