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장 보낸 날짜 : 2017년 11월 30일

 

11월 30일 자정 무렵에 2016년 2월부터 운영해 오던 메뉴

<밥상이야기>를 닫겠습니다. 영업 부진으로 사라지는 메뉴입니다.

데이터는 보존해 두겠습니다. 또는, 이전 몇몇 게시판들을

관람은 하실 수 있도록 사이트를 좀 손보거나 하는 고민을 하겠습니다.

가령 <맨땅에펀드> 같은 메뉴는 앞으로도 가동되지 않을 것인데

저리 버젓하게 나와 있는 것은 좀 그렇죠.

그리고 <이장의 구판장> 이라는 메뉴를 신설하겠습니다.

용도는 소장 물건 처분입니다.

 

편지로 날리지는 않고 그냥 사이트 대문에서만 ‘당분간 게으를 생각입니다’

라고 주절거렸습니다. 비교적 성실하게 20일 정도 책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중 가장 성실하고 착하게 보낸 20일 같습니다.

원래 사람이 성실하다보니 목표한 대로 오늘 1권 원고 작업을 끝내고

에필로그 마침표를 찍은 것이 오후 6시경이었습니다.

며칠 다시 조금 더 원래 모습대로 나쁜 놈으로 돌아가서

마무리되지 않은 공사판 정리, 일상사 몇 가지를 진행하고

다시 다음 주부터 남은 2권 작업에 용맹정진 할 계획입니다.

새 작업장에서 후반 막바지 며칠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에 적합한 방인듯합니다.

구조적으로, 분위기적으로 그러한듯합니다. 감옥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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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전복을 공수했으니 저녁에 몇 사람 모이자는 전갈을 받았다.

해거름 판에 광의면을 출발해서 마산면에서 한 사람 픽업하고 읍내 <어부의 집>으로 향했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했다고 한다. 몰랐다.

하루 종일 작업장에 쳐 박혀 이 책의 마지막 장 작업에 매달려 모니터를 노려보았기 때문에

어차피 눈은 쓰라렸고 호흡은 거칠었고 몹시 배가 고팠다.

건성으로 인사해도 되는 칠팔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허급지급 전복 내장부터 섭렵하고 회와 찜으로 해서 문어숙회와 굴전에 이르는 코스를 완주했다.

소주 딱 한 잔을 마셨다. 배가 여유를 되찾으니 씹는 행위와 다른 용도로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 지리산에서 완전히 럭셔리 바다 쑈를 하네. 아까 누가 전복 내장을 못 먹는다고요?

- 저요…

- 형, 갸는 송이도 못 먹어요.

- 젠장, 그럼 왜 사는 것이여.

- **이는 어디가 아팠다고?”

- 알려고 하지 마세요. 전복 먹는데.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가 돌았다. 누군가는 술을 끊었고 누군가는 담배를 끊었고

누군가는 일시적으로 그 두 개를 모두 끊었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마시고 피우는 중이며 누군가는 여전히 마시지도 피우지도 않는 중이다.

모두 ‘아직 구례에’ 살고 있었다. 몇몇은 구례를 떠났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도 아름답지 않았지만, 추억이 되어버린 망할 놈에 기억.

 

- 나 형 첨 본 날 기억 해. 이천구 년. 왜 지금 안 샘 수련원 자리에서 **스님 썰 풀 때.

꼭 형 같은 표정 있잖아. ‘아 씨 사람을 왜 불러’ 하는 표정으로 들어와서 사진 몇 장 박고 갔잖아.

- 그러잖아도 요즘 지난 십일 년 동안 사진 보는 중인데 그날 사진 안에 당신 부부가 있더마.

대략 이 안에 사람들 다 있던데.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아는 사람들 보이니

사진 보다가 깜짝깜짝 놀라.

- 그게 이천구 년이야? 흐미…

- 김 형 구례 온 지 몇 년 되었죠?

- 이천오 년. 그러는 형님은?

- 십일 년 지났데요.

- 권산 씨는 그 ‘나는 외지것이다’ 책 쓴다고 하지 않았나?

- 그 책 안 씁니다. 우리 이제 마을것들 이잖아요. 10년 넘었는데 뭔 외지것입니까.

 

여행 온 것 같았는데 10년이 넘어버렸다.

마흔 중반에 서울에서 구례로 거처를 옮기고 지금은 쉰다섯이 되어버렸다.

고백하자면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정착을 위한 일반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여전히 사글세나 연세를 내는 집에 머물고 있고

시시때때로 그런 집을 구하고 있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나의 마당을 가지지 않는 한

나의 인생여권에서 출입국목적은 영원히 ‘For traveling’으로 마감할 수도 있다.

……

 

- 제목 미정인 책 에필로그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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